고금리·중국 부진·중동 충돌이 변수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급증한 정부‧민간 부채에 고금리 충격까지 더해져 경기 대응 여력이 떨어진 탓이다.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온 중국마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 동력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4일 발표한 ‘2024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 5월 전망(3.0%)보다 0.2%포인트 낮췄다. KIEP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올린 3.0%로 내다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3.3%→올해 3.0%→내년 2.8%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1.5%)‧유로지역(1.1%)‧일본(1.0%) 등 주요 선진국은 1%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4.5%)‧인도(6.2%)‧브라질(1.4%) 등 신흥국 역시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은 막대한 부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 세계 부채는 2019년 229%였으나, 2020년 258%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23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연구원 판단이다. 특히 공공과 비금융기업 부채가 GDP 대비 각각 92%, 91%, 가계부채 역시 55%에 달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빠르게 푼 유동성으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공 성장을 계속하던 ‘세계의 공장’ 중국의 추락도 타격이다. 중국은 3분기 성장률이 4.9%를 기록했으나 부동산 부진과 내수 침체, 물가 하락, 청년층 고용 악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연구원은 “생산성 저하와 양극화 심화, 대체 투자지 모색에 따른 직접투자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불거지면서 과거 고성장을 멈추고 중국 경제 성장률이 3~5%로 내려올 확률이 낮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충돌, 그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위험을 추가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중동 사태가 확산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에 매우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뛴 물가를 잡기 위해 각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투자가 더욱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이제 상당 기간 고물가·고금리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대응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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