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조에 큰 폭 증액엔 회의적
여권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들끓고 있는 과학계를 달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R&D 예산의 일부 보완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방향을 발표했고, 대통령실은 과학기술수석 신설을 검토하는 등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통 없이 일방적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R&D 예산의 구조조정이라는 방향을 유지한 가운데 과학계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당정이 제시할 과학계 우려 해소 방안의 기본 골격은 이날 국민의힘의 예산안 심사방향에서 엿볼 수 있다. 과학기술 연구인력 지원 방안 항목에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 대폭 확대 △대학연구기관 신형 기자재 등 지원 △기초연구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급격한 예산 변화에 대한 보완 방안 강구 △산학협력 강화 및 혁신적 R&D 투자 증액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올해 대비 5조 원 이상 삭감된 내년도 R&D 예산 중 기초연구 등 일부 분야에 대해 보전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대학원생 등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줄어드는 등 미래 연구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이공계 학생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R&D 예산 삭감에 대해 이공계 미래세대의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는 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구 예산 약 2,000억 원 삭감 및 출연연 예산 약 3,000억 원의 삭감도 신진 연구자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과학계를 향해 발신하고 있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R&D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의 우려를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고, 이달 2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신진 연구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R&D다운 R&D에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돈이 얼마가 들든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R&D 예산 삭감을 촉발한 원인으로 비판받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이 기존 6수석(국정기획·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 체제에 과학기술수석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과학계 달래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정부가 과학기술 육성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기조 유지 속 '큰 폭' 변화 가능할까
문제는 이미 공식화한 R&D 예산 구조조정 기조가 큰 폭으로 바뀔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기류가 상당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R&D 예산의 나눠먹기 문제에 비판적 인식도 그대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당이 발표한 R&D 예산 보완 방안이 윤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치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부 언론에서 '복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보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복원'은 정부안이 문제가 있다는 게 전제"라며 "보완할 점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구조개혁) 시도에 대해 저희는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놓친 현장 목소리 등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선 예산 심사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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