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흑자 불구 누적 적자 45조5000억
가스공사, 3분기까지 미수금 15조 돌파
"전기·난방수요 높은 4분기엔 악화 예상"
재무 위기에 빠져 있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 '빅2'들이 3분기(7~9월)에도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3분기 약 2조 원의 흑자를 냈지만 누적 적자는 여전히 45조 원이 넘고 한국가스공사 또한 가스요금 동결로 3분기 민수용(주택용) 미수금이 이전 분기보다 2,767억 원 더 쌓였다. 전기·난방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철이 되면서 4분기엔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한전, 전기료 인상에 2조 흑자…요금 동결된 가스공사 미수금 ↑
한전은 올 3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9,966억 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2021년 1분기 5,6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10개 분기 만에 흑자를 낸 것이다. 3분기 결산 결과, 연결 기준 매출액은 65조6,865억 원, 영업비용은 72조1,399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6조4,534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조9,823억 원이며 3분기까지 45조5,000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한편 전기요금이 꾸준히 오르면서 적자 폭은 조금씩 줄었다. 한전의 분기별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 10조8,209억 원, 올해 1분기 6조1,776억 원, 올 2분기 2조2,724억 원 등으로 감소했다. 한전은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요금 조정과 연료가격 안정화로 영업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약 40% 가까이 올랐다.
가스공사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조238억 원이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은 90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미수금1 규모가 늘면서 차입금과 이자율이 상승해 순이자비용만 5,733억 원이 증가하는 한편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선박에 화물을 싣는 창고) 결함' 사건 소송 비용이 영업외손실로 반영됐다.
더불어 가스요금 동결로 미수금은 더 늘어났다. 민수용(주택용) 도시가스 미수금의 경우 1분기 11조6,143억 원에 이어 2분기 12조2,435억 원, 3분기에는 12조5,202억 원까지 늘어났다. 발전용까지 합치면 누적 미수금은 총 15조5,432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미수금은 아직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아 사실상 가스공사의 적자에 해당한다.
겨울에 늘어날 전기·난방 수요…"추가 인상 논의해야"
문제는 두 에너지 공기업 모두 4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전기 및 난방 수요가 늘어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시장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국제 LNG 가격이 10월 말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한전이 감당해야 할 발전용 LNG 단가도 높아졌다"며 "겨울철 전기 및 난방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은 4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에너지가가 낮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마냥 요금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며 "눈덩이처럼 쌓인 두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언제까지,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재정 건전성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1 미수금
-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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