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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하다"며 사찰 정비에 9억 쏟은 해남군…'민주당 예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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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하다"며 사찰 정비에 9억 쏟은 해남군…'민주당 예산' 논란

입력
2023.11.13 19:00
수정
2023.11.15 09:16
0 0

재정자립도 7% 불과한 해남군
국·도비 마다하고 사찰 복구에
지난해 폭우 피해도 복구 못해
지역선 '민주당 예산' 소문 파다
사찰이 선정위로 시공사 선정
민주당 연구소 간판 내건 업체
사업 수주…"특혜 아냐" 해명

전남 해남군이 발주한 '태영사' 사찰 정비사업 낙찰 업체 사무실. 윤재갑 의원 사무소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해당 업체는 '전남도의회·해남군의회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 통합 연구소'라는 간판이 대신 붙어 있다. 해남=김진영 기자

전남 해남군이 발주한 '태영사' 사찰 정비사업 낙찰 업체 사무실. 윤재갑 의원 사무소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해당 업체는 '전남도의회·해남군의회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 통합 연구소'라는 간판이 대신 붙어 있다. 해남=김진영 기자

전남 해남군이 특정 사찰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10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발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가 특정 사찰 정비를 위해 수 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 특급 예산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해남군은 전체 예산 가운데 9억 원을 군비로 지원하고도 보조금을 받은 사찰이 직접 시공사를 선정하게 했으며, 당 활동을 오랫동안 해 왔던 업체 대표가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석연찮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13일 해남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2년 5월 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통사찰인 태영사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집중호우로 태영사의 계단과 옹벽 등에 누수가 발생한 데다 토사 쏠림 현상이 일어나 재해 예방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해예방 정비사업의 경우 일선 시·군의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탓에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군은 이례적으로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은 채 9억 원의 보조금을 순수하게 군비로만 책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은 경우 1~2년 정도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었다"면서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순수하게 군비로만 정비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군은 "긴급한 보수로 인해 도저히 국·도비를 지원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설명과는 달리 지난해 2월 보조금 교부 결정이 난 사업은 같은 해 7월 실시설계 승인을 받았고, 올해 8월에야 석축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이르면 12월쯤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돼 긴급한 정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집행 과정도 논란이다. 2억 원 이상의 시설공사의 경우 조달청의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하지만, 군은 전체 예산 가운데 대부분을 군비로 집행하고도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찰이 직접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비껴갔다. 국가보조금 통합관리지침 상 문화재 관련 공사는 사업수행자가 선정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사찰은 지난해 2월 26일 불사심의위원회를 꾸리고 A사를 시공사로 낙점했다.

문화재 업계도 반발했다. 이들은 "국가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은 예외 사항을 인정하는 것일 뿐 문화재 관련 공사는 반드시 선정위원회를 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군 주장을 비난했다. 석연찮은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에선 사업이 추진된 배경을 두고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업이 민주당 예산으로 배정돼 만들어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실제 해당 사업을 수주한 A업체의 경우 해남을 지역구로 둔 윤재갑 국회의원 사무실의 바로 아래층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사 대표 이사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활동 경력이 있는 데다, 아예 자신의 회사 간판 대신 '전남도의회·해남군의회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 통합 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해남에 사는 주민 B씨는 "해남군은 재정자립도가 7% 대에 불과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형편인데도 수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쌈짓돈처럼 사용됐다"면서 "지난해 폭우를 겪은 현산면 등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구도 못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각종 꼼수를 동원해 특혜성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다"고 꼬집었다.

A사 대표는 "문화재 전문업체들은 간판을 내걸 필요가 없고, 해당 간판의 소유자가 아니어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재갑 의원보다 더 먼저 사무실에 입주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화재 정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낙찰된 것일 뿐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남군도 "사업자 선정위원회를 꾸려 형평성에 맞게 사업을 추진했고,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며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는 의도는 시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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