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데도 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실력행사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당초 공언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전격 철회하며 법안 통과를 지켜봤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사이 대립은 격화되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시정연설로 조성된 협치 분위기가 불과 열흘도 안 돼 깨진 셈이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정국은 다시 얼어붙었다.
노란봉투법·방송3법 야당 단독 처리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히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3법은 KBS, MBC, EBS의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이사 숫자를 늘리도록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할 만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법안들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통과 직후 “노란봉투법은 파업 유도법이나 노조를 위한 법이 아니라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로) 삶의 벼랑 끝에 있는 분들에게 손을 내미는 인권 법안이며, 방송3법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핵심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시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지층 결집과 이슈 선점을 위해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버스터 전격 철회로 허 찌른 여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허를 찔렀다. 법안 4개에 대한 릴레이 필리버스터로 국회 통과를 늦추며 여론전을 펼 심산이었다. 최소 4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국회 본회의 도중 필리버스터 철회로 돌아섰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지속되면 그사이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접으면서 불발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통과된 법안들의 부당함을 알릴 기회를 포기했다.
그만큼 '이동관 구하기'가 중요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 척결을 내걸고 공영방송 규제 강화 드라이브에 한창이다. 야당은 이를 총선을 앞둔 방송 장악 시도로 보는 반면, 여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가짜뉴스 방지와 방송 정상화로 여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서 현재 위원이 2명밖에 없기 때문에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 위원회 업무 자체가 마비된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이동관을 지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방송 행정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 손발을 묶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해 72시간 처리시한인 12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도록 국회의장에게 요구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법상 본회의는 개의 3일 전 공고해야 한다.
이날 본회의에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불거진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함께 보고됐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통제 진상규명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에 대한 진상요구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 요구서 3건도 보고에 포함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