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동폐기 전 탄핵안 철회하면 돼"
국민의힘 "이미 상정 효과로 철회 불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 등 총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철회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에서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데, 여당의 필리버스터 전격 취소로 본회의가 산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72시간 내 본회의 일정을 잡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탄핵안을 철회하고 다음 본회의에서 재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오는 12일까지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본회의 산회 직후 김 의장을 찾아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72시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그러나 김 의장은 "여야가 본회의 개최 일정을 합의해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72시간 내 본회의 개최가 어려울 경우 탄핵안을 철회해 재추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불가피한 경우 탄핵안을 철회해서 이틀 연속 본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다시 요구할 것"이라며 "내일 오후 6시까지 철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11월 30일, 12월 1일 이틀을 연속해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구상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72시간 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 경우 국회법상 본회의 개최 시 3일 전 일정을 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일사부재의 원칙도 걸림돌이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72시간 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탄핵소추안이 폐기될 경우 이를 '부결'로 볼 수 있느냐도 논란이다. 국회법 해설서에는 '부결 또는 폐기된 안건은 재의할 수 없다. 부결에는 폐기도 포함돼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철회한 후 재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일사부재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측은 "탄핵안을 철회할 경우 일사부재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탄핵에 대한 인사 안건은 (본회의에) 보고되는 순간 법적 효력이 발생해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며 "법률안 같은 다른 안건이 상정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국회 관계자는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돼 심의 중에 있다"며 "민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려면 본회의에서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안으로 상정된 게 아니라 의사일정에 보고된 것인만큼 철회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보고된 안건을 철회하려면 본회의를 열어야 하는 점도 난관이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언론 탄압이 법률과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부당 해임 및 임명 과정 개입(방문진법) △가짜뉴스 대응을 명분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업무에 개입한 행위(방통위법 위반) 등을 법률 위반과 헌법상 언론 및 방송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통위의 이 같은 행위가 선거 지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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