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정읍시 등 소싸움 경기 중단·폐지
아사직전 소 40여 마리, 방역 차원 문제 지적도
소에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럼피스킨'(괴상피부병) 확산으로 소싸움 대회가 잇따라 취소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물복지뿐 아니라 방역 차원에서도 소싸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 청도군은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주말 하루 12경기씩 시행 중인 소싸움을 중단하고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청도군은 "가축방역을 위한 긴급 행동지침을 준수하고, 싸움소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 휴장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군 측은 백신 접종 이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3주가 되지 않아 경기 재개가 어려운 데다 앞으로 경기 재개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도 지난 6월 구제역으로 소싸움 대회를 한 차례 연기한 뒤 이달 대회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럼피스킨으로 취소했다. 이로써 5년 연속 대회를 치르지 못하게 됐는데 내년 예산까지 편성되지 않으면서 6년 연속 소싸움 대회가 무산되게 됐다. 정읍시 측은 내년도 소싸움 예산 미편성에 대해 "반려동물 문화 확산에 대한 시대 흐름과 소사육 농가의 감소, 개최장소의 문제점 등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정읍에 남아 있는 싸움소 농가는 3곳, 등록된 싸움소도 15마리에 그치고 있다. 소싸움 대회 폐지를 요구해 온 권대선 정읍녹색당 운영위원장은 "구제역, 브루셀라, 럼피스킨까지 각종 소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방역차원에서라도 각 지역의 동물들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는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구나 동물학대 측면에서도 소싸움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럼피스킨 확산 속 사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 굶주린 소들이 발견되면서 방역 차원에서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전남 여수의 한 농장에서 뼈와 가죽만 남은 소 40여 마리가 낡은 축사에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소들은 바닥에 떨어진 지푸라기 몇 가닥을 열심히 주워 먹기도 하고, 텅 빈 먹이통을 부질없이 핥아댔다. 농장주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료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여수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던 입장을 바꿔 현재는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럼피스킨이 확산되는 가운데 소들이 아사 직전 수준까지 방치될 정도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방역차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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