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선보이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드라마·예능와 다른 존재 가치
K-다큐의 지속적인 성장
KBS가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거듭 론칭하고 있다. 이른바 '콘크리트 시청층'을 공략한 것인데 AKS니아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 위 블랙박스'를 시작으로 '인간: 세계 속으로' '다큐 온' 등 각기 다른 주제를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K-콘텐츠라는 단어는 흔히 드라마와 영상, 또는 음악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또 다른 장르가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다. 대중성은 약하지만 진정성이나 가치로 따지자면 타 장르들과 어깨를 견줄만 하다. 해외에서도 이미 K-다큐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중이다.
지난 9월 KBS KBS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창-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중앙아프리카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제42회 국제라디오TV연맹(URTI) 국제다큐멘터리대상에서 동상을 받았다. 또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20회 심페스트 국제 TV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KBS '3천 달러의 삶-해외 입양 잔혹사'와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 특집 2부작 '테티아나의 일기'가 각각 특별상과 장려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드높였다. 이는 K-다큐가 이미 국제적으로 역량을 입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KBS 다큐멘터리의 존재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올해 공개된 KBS '히든어스- 서울의 탄생'의 경우 제50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회당 2~3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 CG(컴퓨터 그래픽 효과)와 8K 화질로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KBS는 급물살을 타듯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연속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9일 방송되는 KBS1 '인간: 신세계로부터' 1부 '모나리자'는 4부작으로 구성돼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인간성 회복을 꿈꾸며 발전한 서양 미술이 흑사병, 시민혁명, 산업혁명 등 인류사의 거대한 사건들과 맞물려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고찰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작진은 이 여정을 안방극장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적 현장을 취재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사초,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위대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감각적인 영상미로 담았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비롯해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등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다루면서 저명한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들의 참여로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였다.
새로운 시도도 눈여겨볼 만 하다. 지난 4일 방송된 '다큐온'의 '인생은 코미디-각자도생'은 스탠드업 코미디(Standup comedy)와 다큐멘터리(Documentary)를 합성한 용어인 '코미큐멘터리'라는 뉴 포맷을 내세웠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MZ세대들의 이야기를 스탠드업 코미디와 다큐멘터리를 접목시킨 신선한 스토리텔링으로 펼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큐멘터리는 대중적으로는 미약하지만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KBS도 이러한 시청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KBS 관계자는 본지에 "KBS에 다큐멘터리 명성이 있다고 자부한다.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도 수상을 많이 했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과 편성은 공영방송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보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5편을 만들 때 보통 2년 가까이 준비 기간이 든다. 트렌디한 예능 드라마와는 전혀 다르다. 굉장히 깊이 있게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공영방송으로서 가져가야 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인간: 신세계로부터' 조현웅 PD 역시 꾸준히 다큐멘터리 대기획을 제작하고 편성하는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라고 답했다. 조 PD는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흥미나 감동, 재미, 위로를 전달하면서도 다큐멘터리를 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편성이 된다. 잘 나가는 드라마 예능에 비하면 낮은 숫자지만 그럼에도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를 애정하는 콘크리트 시청층이 초석이 된다면 최근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 유입도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K-다큐가 위상을 알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오징어 게임' '기생충' 그리고 한국을 대표할 다큐멘터리가 등장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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