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연료운반선과 중복" 이유
높은 파도, 연료선 운행 불가 섬도
물가 폭등 우려… 국회 설득 작업
정부가 섬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매년 보조하던 생활연료의 해상운송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 지원 덕에 유류와 가스, 연탄, 목재 펠릿(분쇄된 나무를 압축가공해 만든 바이오 연료)을 육지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울릉도 등 전국 181개 섬이 ‘물가 폭탄’을 맞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전부터 울릉도가 있는 경북을 포함해 인천과 경기,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8개 광역 시ㆍ도에 섬 주민이 사용할 목적의 생활연료 해상운송비를 지원했다. 내년의 경우 32억 원 중 절반인 16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었는데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몽땅 빠졌다. 이대로면 전국 181개 섬, 4만5,000여 가구는 자동차 기름과 취사용 가스 등을 내년에 훨씬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기재부는 해상운송비 지원과 유사한 지원사업인 행정안전부의 연료운반선 건조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실례로 전남 신안군은 2020년 행안부 연료운반선 건조사업에 선정돼 국비 10억 원에 군비 15억 원을 보태 228톤(t)짜리 ‘1004에코호‘를 지어 운항 중이다.
그러나 애초에 연료운반선이 건조사업 대상이 아닌 섬도 적지 않다. 경북 포항에서 직선거리로 210㎞ 떨어진 울릉도가 대표적이다. 파도가 높아 500t급 이상 대형 여객선도 자주 결항하는 곳이라 100~200t짜리 연료운반선은 다닐 수가 없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인천 백령도와 제주 추자도, 전남 홍도와 흑산도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게다가 연료운반선이 다닌다 해도 이 배만으로는 한 해에 필요한 연료를 100% 공급받지 못해 해상운송비를 추가 지원받아 공급받는 섬도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료선이 다닐 수 없거나 선박이 다녀도 추가로 운송비 지원이 필요한 도서를 골라 (기재부에) 국비 편성을 요청한 건데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경북도와 울릉군 등 해당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일단 국회를 찾아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예산 반영을 설득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울릉도는 가스나 유류 취급 업소가 1, 2곳뿐이라 운반비를 지원받아도 육지보다 비싼 편인데, 내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름이나 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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