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여성 시장에게 지역구 물려줘
77세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다음 중의원 선거(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구는 자녀나 친인척이 아닌 마쓰시타 레이코(53) 무사시노시 시장에게 넘긴다. 80세를 훌쩍 넘은 정치인이 아직도 정계의 거물로 남아 있고 지역구 세습이 흔한 일본 정가에서 간 전 총리의 불출마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간 전 총리는 전날 도쿄도 무사시노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으로 당 최고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아내도 '슬슬 은퇴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며 고령이 결정 배경임을 암시했다.
간 전 총리는 "더 젊은 사람이 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차기 중의원 선거엔 마쓰시타 시장이 출마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무사시노시의 첫 여성 시장인 마쓰시타 시장은 '육아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정책에 힘을 쏟아 신망을 얻었다. 우익의 집요한 반대로 최종 도입엔 실패했으나, 외국인 거주자에 대해 지역투표권을 주는 조례를 추진하는 등 진보적 정책을 펼쳤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 등 80대 정치인이 여전히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녀가 대대로 지역구를 세습하는 관행이 있는 일본에서 간 전 총리의 행보는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일본 유권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입헌민주당이나 간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지만, 스스로 퇴진을 결정하고 세습도 하지 않는 데는 경의를 표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총리였던 간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사고 발생 이튿날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을 시찰하러 간 데 대한 의견도 밝혔다. 보수파는 이 행보 때문에 사고 수습이 지연됐다고 비판하는 반면, 당시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이 사태를 은폐하고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리가 직접 시찰해 기강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간 전 총리는 "도쿄공업대학 응용물리학부를 나왔기 때문에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바로 간 것"이라면서 "잘 갔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더 악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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