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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명 사는 일본 산골에 '고향 기부' 연 84억 원… '부익부 빈익빈'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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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명 사는 일본 산골에 '고향 기부' 연 84억 원… '부익부 빈익빈' 실태

입력
2023.11.06 17: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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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상위 50개 지자체서
5년 전보다 기금 2배로 증가
구체적 사용처 지정도 안 돼

일본 와카야마현의 산골 마을 기타야마무라에서 주민들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는 감귤류 특산물 '자바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타야마무라 홈페이지 캡처

일본 와카야마현의 산골 마을 기타야마무라에서 주민들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는 감귤류 특산물 '자바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타야마무라 홈페이지 캡처

일본 와카야마현의 기타야마무라는 인구가 400명도 안 되는 산골 마을이다. 하지만 용처가 정해지지도 않은 기금이 12억3,600만 엔(약 107억3,000만 원)이나 쌓여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완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지역 특산 감귤류인 ‘자바라’ 등 답례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년 고향 납세 제도를 통한 기부금이 일본 각지에서 모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이 받은 기부금 액수는 2022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9억6,000만 엔(약 84억 원)으로, 인구 1인당 액수(229만 엔)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위였다.

고향 납세란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의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자신의 거주지 지자체에 납부할 주민세를 공제받고, 기부 대상 지자체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재정을 도시 지역 세수 이전으로 돕는다는 취지다. 한국도 올해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가 도입됐다.

2022년도 고향 납세를 통해 주민세 공제를 받은 일본인은 891만1,000명, 기부 액수는 역대 최고인 9,654억 엔(약 8조3,800억 원)에 각각 달한다. 하지만 고향을 응원한다는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사실상 절세와 특산품 쇼핑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인기 높은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자체에만 기부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부금 많은 50개 지자체 기금 액수, 두 배로 증가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22년도에 인구 1명당 기부금이 가장 많았던 상위 50개 지자체의 2021년도 말 ‘특정목적기금’은 1,905억 엔(약 1조6,500억 원)에 달해, 5년 전의 두 배가 됐다. 이 기금의 사용처를 정한 지자체는 7곳에 불과했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구체적 사업을 정하지 않고 주민에게 상품권을 배포하기도 했다.

기타야마무라 역시 2020년 처음으로 지자체 공영 아파트를 지었고, △자바라 가공 공장 건설 △18세 이하 의료비·학교 급식비 무상화 등에 기부금을 썼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 금액이 남아 기금으로 쌓이고만 있다. 이 마을의 담당자는 요미우리에 “작은 마을엔 부적합한 금액”이라고 인정했다.

"지자체의 세수 빼앗기... 거주지역 행정 저하 가능성도"

반면 요코하마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 주민세가 타지로 빠져나가는 탓이다. 그나마 대도시는 다른 세수로 보충할 수 있지만, 마땅한 답례품이 없는 중소 지자체는 더욱 힘들다.

지난해 고향 납세로 1억 엔(약 8억6,800만 원)가량의 주민세 수입이 타지로 빠져나간 히로시마현 후추초의 담당자는 “카탈로그 쇼핑을 하는 느낌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토 도시야스 히로시마슈도대 교수도 “고향 납세란 결국 지자체끼리의 세수 빼앗기”라며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의 행정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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