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견적 조사 하는 둥 마는 둥
견적서 조사 대상 업체 중 일부
"견적 요청 받은 적 없다" 부인
커튼 전문 업체가 견적서 제출
그나마 위탁 업체가 대신 산출
'점입가경.'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지역 자율방재단 활동 복장(여름용 조끼·원형 모자) 구매 지원 사업을 빗대어 한 말이다. 입찰 발주 부서 공무원들이 해당 복장 납품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구매 입찰을 위한 사전 견적 가격 조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끝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특히 광주시가 사전 견적 가격 조사 대상 업체라며 13곳의 명단을 광주시의원에게 공개했지만 이 중 일부 업체들이 "광주시로부터 견적서 제출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광주시가 광주시의회를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의혹까지 자초한 꼴이다.
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 자연재난과는 4월 자율방재단 녹색 여름용 조끼 1,710벌과 같은 색상의 원형 모자 1,710개 구매 입찰을 발주하면서 실시한 사전 견적 가격 조사 대상 업체 13곳의 명단을 심철의 광주시의회 부의장에게 최근 제출했다. 심 부의장이 광주시의 견적 가격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자 해당 서류 제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심 부의장 측은 "담당 직원이 조달청에 등록된 제작 업체 중 규모가 좀 있는 곳을 선별해 전화로 견적서 제출을 요청했다면서 해당 업체 명단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얘기는 달랐다. A업체는 "도대체 무슨 소리냐. 광주시로부터 견적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황당해했다. B업체도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서 구매 입찰 공고를 보고 입찰에 참여했다"며 "광주시에게서 견적서 제출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C업체는 "우린 용역회사다. 복장을 납품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나마 광주시의 견적서 제출 요청에 응했던 업체는 생뚱맞게도 커튼 제작 전문 업체인 D사뿐이었다. 특히 D사는 해당 복장을 위탁 제조하는 제3의 업체에 다시 견적을 의뢰했고, 이번 입찰엔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광주시 사전 견적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D사 측은 "우리 회사는 옷(근무복)을 직접 만드는 곳이 아니어서 광주시 요청을 받고 (근무복 제작) 공장이 있는 또 다른 업체에 대신 견적을 뽑아달라고 의뢰했다"며 "그 업체에서 제시한 견적 가격을 견적서에 넣어서(적어서) 광주시에 건넸다"고 말했다. D사도 위탁 제조 업체에서 내놓은 저가 견적 단가(여름용 조끼 1만4,300원·원형 모자 1만2,000원)가 어떻게 산출된 건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D사의 견적 단가대로 구매 입찰 기초 금액 4,497만3,000원을 산출했다. 이는 방재문화진흥원이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기성품 공급 가격(총액 7,951만5,000원) 대비 56%에 불과했다.
황당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광주시는 낙찰 업체가 복장 제작에 필요한 견본을 달라고 하자 "구하기 힘들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5개 자치구 자율방재단 관리 부서는 해당 복장을 재고로 비치하고 있었다. 광주시는 또 낙찰 업체가 시제품을 만들어 오자 색상 차이를 트집 잡아 치수별 납품 물량도 6개월 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입찰 공고 규격서상 치수 결정 및 치수별 수량은 사전 시제품 제작 교정 시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시제품 색상 차이 문제로 교정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수량 확정을 못하고 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해명도 거짓이었다. 광주시는 이미 7월 24일 낙찰 업체의 치수별 제작 물량 확정 요청에 대해 공문을 통해 "통상적인 수량으로 제작하라"고 회신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담당 직원이 조달청 등록 업체 10곳에 전화로 견적서를 제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서너 곳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들 업체에 견적 산출을 위한 규격서를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최종적으로는 1곳만 견적서를 냈다"며 "이번 논란 등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중인 만큼 감사 결과 처분대로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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