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과도 접촉" 이준석 신당 창당 시사... 인요한 손짓은 거부

인요한 손짓 거부한 이준석 비명계 접촉 알려
이준석 "환자는 서울에 있어" 사실상 尹 겨냥
신당 창당 전망, 총선 영향 두고 전망 엇갈려
친윤과 지도부 험지 출마 시 창당 명분 약해져

인요한(오른쪽 사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 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친윤석열계 핵심과 지도부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라는 혁신안을 꺼내 들며 손을 내밀었지만 이조차 밀어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제3지대 세력 규합에 나선 것으로, 내년 총선에서 정치 지형을 흔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여권 주류에선 이 전 대표의 몸값 올리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준석 "쓴 약 먹을 환자는 따로"... 인요한과의 만남 거부

이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비명계와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자신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과 별개로, 여권 비주류를 넘어 야당 비주류에도 연대의 손을 내밀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당내 재기를 모색하기보다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 위원장이 친윤 핵심과 지도부 등에게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권고한 것도 자신의 행보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여당의 위기를 '윤핵관 문제'라고 보는 시각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크게 약해졌다"며 "나는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얘길 했는데, 그게 누군지는 다 아는 것 아니냐. 인 위원장은 '쓴 약'을 그쪽에 먹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이 다뤄야 할 혁신 대상은 윤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를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으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 위원장에게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며 1대 1 만남은 불발됐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이제 엎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창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 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부산=연합뉴스

신당 창당 여파 두고는 전망 엇갈려

만약 이 전 대표가 여야 비주류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한다면 '빅뱅급'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무당층 비율이 30% 이상일 정도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 이외에 지역구 선거에 후보를 낼 경우 양당 후보들의 당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섣불리 창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2017년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내년 총선은 진영 대결이 최고점에 이르는 총선이 될 것"이라며 "유승민, 이준석이 탈당하고 나가 본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MBN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언급에 "신당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호응을 못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인사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사상적으로 맞춰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비명계 신당'은 국민의힘 표보다는 오히려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며 창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끝에 두 번이나 양보를 받아낸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그림을 바라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6일 윤석열(왼쪽)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친윤 핵심, 험지 출마 시 신당 명분 약해져

지도부와 친윤 의원들이 혁신위 권고를 따를지 여부도 신당 창당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혁신위 권고를 수용할 경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번 주 중 인 위원장이 (지도부 등) 불출마 권고 내용을 포함한 2차 혁신안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