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만 돌아온 '개콘' 녹화 현장 직접 가보니
유튜브 스타·신인 불러 부활 안간힘
"온 가족 불편함 없는 코미디 만들 것" 12일 첫 방송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앞. 3년 6개월 만에 돌아온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공개 녹화가 끝났지만,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날 처음 무대에 오른 13명의 신인 코미디언들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가족과 지인들이 그들.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개콘'은 이들에게 단순한 코미디쇼 이상의 의미다. 지난 9월 tvN '코미디 빅리그'가 종영된 후 공개 코미디 명맥이 끊긴 데다 지상파 3사의 코미디언 공채 시험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개콘'은 이들에게 단 한 번뿐인 데뷔 무대가 됐다. "개그 유튜브 활동을 하다가 '개콘' 오디션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데뷔하게 돼 뭉클합니다. '개콘'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분들에게 '한 줄기 빛' 아닐까요. 제겐 평생 '나 혼자만 알던 끼를 남에게 처음 보여준 자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개콘' 신인 크루 황은비(22)의 말이다. 데뷔를 축하하러 현장을 찾은 친구 장다빈(27)도 "은비와 같이 '개콘' 오디션을 봐서인지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튜브 스타도 영입…'새 얼굴'로 공개, 코미디 활기 찾을까
1999년 9월 첫 방송된 '개콘'이 공개 코미디 부활을 꿈꾸며 돌아왔다. 오는 12일 방송될 '개콘'의 첫 무대를 미리 보니, 부활을 견인할 핵심은 역시 신인 코미디언이었다. 구독자 1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코미디 채널 '폭씨네'의 김지영과 박형민 등 유튜브에서 인기가 입증된 출연진도 합류했다. '선배' 김원효는 "선배들이 (개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신인에게 많은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개 코미디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관객과의 호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서 사전에 시연됐던 3개 코너 중 하나인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실제 녹화에서는 관객들의 호응과 출연진의 애드리브(즉흥연기)로 재미가 배가됐다.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새 얼굴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릴 때 본 '개콘'의 추억을 상기하려 현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현모(27)씨는 "사회 풍자를 담은 개그 프로그램이 TV에서 사라져 아쉬웠던 참"이라면서 "저출생 사회를 반영한 '금쪽유치원' 등 풍자 개그코너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표 '순한 맛' 개그 통할까…숨은 차별·혐오 문제없어야
유튜브 등을 통해 표현의 제약이 비교적 적은 코미디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공영방송표 '순한 맛' 개그가 얼마나 통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 유튜브 채널 '뭉친TV'엔 과거 '개콘' 출연했던 개그맨들이 "(공영방송에선) '우동'이 표준어가 아니라서 가락국수로, '야채'도 (일본어라) 못하고 채소라고 해야 했다"(송영길) 등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과거 '개콘' 일부 코너에서 문제가 됐던 철 지난 외모 비하나 차별 요소가 있는 개그 등 차별과 혐오 문제 역시 제작진과 출연진이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문제다. 김상미 CP는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는 가족과 함께 보기 적합하지 않아 세대 간 단절도 생기는 것 같다"면서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게 함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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