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의해 생기는 많은 위험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문제이기에 최선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 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감 있는 AI를 보장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미국, 중국 등 27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냈다. 회담 개최 장소의 이름을 본떠 '블레츨리 선언'이라 명명된 성명에서 참여국들은 'AI는 스스로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심각하고 심지어는 재앙적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개발 등을 위해 '국경 없는 협력'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경쟁 관계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AI 기술과 관련해 공동 대응을 약속한 것은 처음이다.
AI를 '불의 발견'에 빗댄 찰스 국왕... 중국, AI 협력 뜻 내비쳐
최초의 AI 관련 정상회의인 이번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은 AI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위험성도 그만큼 큰 기술이라는 데 동의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영상 축사를 통해 이를 '불의 활용'에 빗댔다. 그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의 도약 중 하나"라며 "이 기술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서방의 견제 속에 중국 대표로 참석한 오자후이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연설에서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를 받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AI 안전성 테스트와 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이 이번 회담에 중국을 초청한 것을 미국 등이 반대한 것을 감안해 협력 의지를 강조해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AI 개발자들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차이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와 기업이 아닌) 제3자, 즉 독립적인 심판이 AI 기업이 뭘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우려할 만한 게 있으면 경보를 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AI 기술 개발 단계부터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의 강력한 AI 제재안을 발표한 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해석됐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딥마인드가 AI 생성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 기술 등을 개발 중인 사실을 강조하며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영국 "획기적 성과" 자평... 다음 회담, 6개월 뒤 한국서
이번 회의 성사를 주도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획기적 성과"라고 했다. AI라는 단일 의제를 놓고 모여 각국이 공동 대응을 약속한 것 자체가 진일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는 논의되지 못했다. 이는 AI 경쟁의 핵심 국가가 아닌 영국이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1일 회의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런던의 미국 대사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AI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할 AI 안전 연구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영국 정치권에선 'AI 회담을 무색하게 하려는 시도'란 뒷말이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년마다 열리는 AI 보안 정상회의의 다음 개최국은 한국이다. 미셸 도닐런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6개월 뒤 한국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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