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부장관 지명… ‘아시아 차르’서 이동
한미일 관계 관여·한미 핵협의그룹 첫 대표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아시아 전문가인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미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 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캠벨 조정관을 차기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부터 신설 보직인 NSC 인태조정관으로 재직하며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 왔다. 권한과 역할 비중이 워낙 커 ‘아시아 차르(황제라는 뜻의 러시아어)’라고 불렸다. 대학 시절 소련을 전공했고 러시아어도 할 줄 알지만 아시아 업무만 거의 40년을 한 ‘아시아통’이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한미 관계에 밝고 두 나라 간 동맹의 가치를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적 외교 성과로 여기는 한미일 관계 개선에 깊이 관여했고,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서 미국 대표를 맡았다. 지난달 18일 주(駐)미국 한국대사관이 수도 워싱턴에서 연 한국 국경절 행사에 NSC 고위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캠벨 조정관은 가급적 많은 동맹·우방과 결속해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고 믿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구상을 실현할 핵심 인물로 거론돼 왔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지내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맡아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회귀) 정책 설계를 주도했다.
캠벨 조정관의 국무부 부장관 이동은 인도·태평양 전략 진전·이행을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 피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과거 이슬람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 집중하느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소홀히 다룰 수 있다는 아시아 동맹들의 우려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캠벨 조정관이 NSC에서 빠지면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에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국무부 부장관 자리에 가서도 그가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 현안 관련 백악관 정례회의에 계속 참여하며 3년 가까이 관여해 온 구상들을 계속 추진하리라는 게 대체적 예상이다.
캠벨 조정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도 친한 사이다. 블링컨 장관이 캠벨 조정관 딸의 대부이며, 블링컨 장관 결혼식 때 신랑 측 들러리가 캠벨 조정관이었다고 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캠벨 조정관을 “선견지명이 있는 정책 입안자”라고 칭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부인이다.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월 웬디 셔먼 전 부장관 퇴임으로 공석 상태다.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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