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김기중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해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효력정지에 이어, 법원이 방통위 조치에 두 번째로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정중)는 김 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1일 인용했다. 집행정지와 함께 냈던 해임 처분 취소 1심 소송의 선고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까지는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전 이사는 2021년 8월 이사로 임명된 뒤 MBC 임원 성과급을 과하게 올리고 MBC·관계사 경영 손실 등을 방치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9월 18일 해임됐다.
재판부는 "김 전 이사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원 성과급 인상 등 해임 사유는 방문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이므로 김 전 이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이사가 임명되기 전에 벌어진 MBC 등의 경영상 잘못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 여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사회 의사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면 김 전 이사도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방통위 측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법령 위반이 없는 한, 적극 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사 개인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만큼 의사결정이 불합리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임 효력을 긴급히 중단할 만큼 김 전 이사의 손해가 회복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전 이사가 해임 때문에 남은 임기(10개월) 동안 이사로서 활동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전문성과 기회를 박탈당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해임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1명의 이사에 불과하므로, 해임 효력 정지로 방문진 이사회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방통위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서울고법도 지난달 31일 같은 판단을 했다. 다만 김의철 전 KBS 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된 바 있다. 두 사람이 복귀하면 공영방송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