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밀정 의혹과는 별개"
30여 년 전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전 행정안전부 경찰국장(현 경찰대학장)이 녹화사업 피해자로 인정됐다.
2기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31일 오후 제65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 진실 규명을 결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명예 회복 조처를 권고했다. 김 전 국장을 비롯한 101명을 녹화사업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녹화(綠化)사업이란 박정희ㆍ전두환 등 군사 정권이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강제로 입대시킨 뒤 동료와 단체 동향을 보고하도록 강요한 일을 의미한다. 김 전 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사업 대상자가 돼 군에 징집됐다. 이후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 동향 등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1988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해 조직 내에서 부천 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다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이듬해 경장 보안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는 ‘밀정’ 의혹도 받는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발탁된 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나도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라며 그 해 8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바 있다. 이후 조사를 개시한 진실화해위는 이날 “(녹화사업은) 권위주의 정권이 학생운동 및 사회운동을 탄압하고 파괴하기 위해 병역 의무를 악용해 위법한 절차에 따라 대학생들을 징집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김 전 국장의 밀정 의혹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설령 그가 프락치 가해자가 됐다고 해서 녹화사업 피해 사실이 없다고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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