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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회사가 수선 서비스도 시작한 이유

입력
2023.11.0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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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쌓여 있는 의류 쓰레기. AP=연합뉴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쌓여 있는 의류 쓰레기. AP=연합뉴스

순환경제의 주창자인 엘렌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매립지에 버려지는 의류가 무려 9,200만 톤이라고 한다. 여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은 패스트 패션 업계다. 그런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중고 의류에 대해 '수선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한다. 대규모 수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시스템 구축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무엇보다도 패스트 패션업의 주요 매출원인 신제품의 매출감소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왜 이들은 이를 자청했을까! 바로 패션 산업의 환경영향을 줄이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그 핵심이었다. 어느새 ESG는 우리 일상 곳곳에 여러 흔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8월 아일랜드에서는 소 전염병이 창궐한 것도 아닌데, 수십만 마리의 소를 살처분하자는 정부 제안이 나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목축업이 발달한 아일랜드의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배출량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3년간 20만 마리의 소를 살처분하면 2030년까지 배출량을 25%나 줄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ESG 요구가 없었다면, 애당초 생각지도 않을 정책임은 자명하다. 이런 제안은 산업 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럴 요량이면 도로에서 100만 대의 자동차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기후변화위원회 책임자의 발언에 의하면, 사실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라는 언급까지 나오면서, 업종 간 탄소배출량 규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농업식품개발청의 논리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굳이 수익성 있는 아일랜드 목축업에 타격을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아일랜드 목축을 줄이면 친환경 인증이 덜된 국가의 우유, 치즈, 버터 공급이 늘면서 글로벌 측면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결국, 아일랜드 농업식품개발청이 나서서 친환경 비료 사용 등 신농법을 조속 도입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700만 톤으로 감소시키면 탄소 목표치를 대략 달성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한편, 영국에서는 올해 9월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리시 수낵 총리에게 심해 채굴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일이 있었다. 대규모 해저 개발을 강행할 경우 퇴적물에 갇혀 있던 탄소가 방출되어 단 몇 년 만에 수백만 년간 누적된 심해의 탄소포집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올해 7월 국제해저기구 회의에서 같은 이유로 대규모 심해 채굴 연기가 논의된 바 있었다. 이때 브라질, 프랑스, 스웨덴은 심해 채굴 중단을 촉구했고, 영국 또한 국제해저기구가 규제 체제를 마련할 때까지 심해 채굴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구리 코발트 등 배터리 금속 탐사 면허를 여럿 보유한 영국의 경우, 심해 채굴 우려가 없지 않다. 현재 이 문제는 국제기구의 규제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탄소감축이냐, 해저광물이냐 하는 선택적 기로에 놓인 사안이다.

ESG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나서, 어느 순간 우리 일상 곳곳에 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새로운 논쟁과 이해관계 상충이 불거지고 있다. 그간 모르고 지나쳤던 문제들을 이제는 '탄소감축'의 시각에서 새롭게 인식하고 균형의 묘수를 찾아가는 노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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