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입증할 문서 내용 삭제 의혹에
국토부 "용역업체 잘못"으로 또 해명
앞서 대안 노선 제시 주체도 "용역업체"
이쯤 되면 국토교통부의 '만병통치약'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특혜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국토부가 이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용역업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이미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거쳐 확정된 기존 양평군 양서면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강상면 일대 대규모 땅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언제, 누가, 왜 종점 변경을 추진했느냐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반박하는 여당·국토부 사이 4개월 넘는 진실게임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예타 결과가 실제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야당의 '트집 잡기'라는 시선도 있지만,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설득시키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노력 없이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앞세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토부가 사업 관련 문서를 공개하면서 특혜 의혹을 입증할 내용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해당 문서는 지난해 4월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가 작성한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조사 (평가)용역 과업수행계획서’다. 모두 38장으로 구성된 이 문서 ‘원본’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내용검토’라는 4장짜리 항목(23~26쪽)이 실렸는데 바로 여기에 ‘기존 고속도로의 고교각 접속 및 근접된 터널 간 JCT(분기점) 계획으로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국토부는 설계사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현재 특혜 의혹이 불거진 노선(대안)을 제안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보다 한 달 앞선 시기에 작성된 문건에 종점 변경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7월 사업 과정을 투명하게 밝힌다며 온라인에 이를 공개했는데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부분이 없는 수정본을 올렸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7월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최근 국감에서 야당의 추궁이 이어졌고 결국 국토부 실무자들이 용역업체에 일부 내용 삭제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3개월 만에 드러났다. 야당이 거듭 반발하자 국토부는 29일 입장 자료를 냈는데, 용역업체의 실수라는 게 핵심이었다.
국토부가 용역업체에 답변과 책임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 장관이 백지화 선언을 한 직후인 7월 초 강상면 종점안은 양평군이 제시한 노선안을 양평군과 국토부가 협의해 확정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국토부는 이후에 용역업체가 대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국정감사를 앞두고 강상면안이 낫다는 취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표한 새로운 경제성 분석 결과도 분석 주체가 강상면안을 제안한 용역업체여서 논란을 야기했다. 실제 국감에서는 이 경제성 분석 추계 방식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원 장관이 답변을 용역업체에 수차례 미루자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이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답변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기된 의혹에 국토부가 국감 내내 '용역업체' 책임을 돌린 것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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