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직후 공개적으로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10월에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기한을 하루 앞둔 30일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체면보다 실리에 방점을 찍고, 무력 도발보다 외교전에 집중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기보다 성공에 방점… "해 넘기진 않을 것"
30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한 달간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을 확장하고, 3단 추진체 등 로켓 엔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중 발사' 엄포는 공수표가 됐다. 북한은 10월 발사를 포기하는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이 위성 발사 지연의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24일 2차 위성 발사 실패 직후 "국가우주개발국은 사고 원인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후 10월 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무진이 서두른 이유는 '큰 문제가 아니라서'라기 보다 위성 발사를 역점 과제로 삼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치를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침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우주기술 협력 약속을 이끌어냈고, 실무자들은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공표한 발사 일정을 지킬지, 아니면 발사 성공률을 높일지를 두고 체면을 다소 구기더라도 성공에 방점을 찍는 결정을 내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늦어도 연내 발사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과의 위성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최소한 올해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군은 '425사업'을 통해 개발한 독자 정찰위성을 11월 말 미국에서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러, 위성 기술 이전 마다 않을 것… 북, 외교 집중"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을 위해 상당 부분 기술 지원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핵잠수함은 러시아로서도 민감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견제할 수 있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는 득이 되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무력 도발보다 외교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리는 담화와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전형적인 반미 연대 구축 전략이다. 홍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9월 이후 군사 도발 대신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며 "외교적 지형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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