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방송언어특위 '결혼 예능' 3개 점검
"연하 같지 않은 어른스러움" 등
나이·성별·지역에 대한 편견 등 285건 지적
결혼을 소재로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 나이와 성별, 지역에 대한 편견을 담은 차별적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위는 지난 8월 17~20일 KBS조이 '중매술사', tvN '2억 9천: 결혼 전쟁', MBN '돌싱글즈4' 등 결혼 예능 프로그램 3개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신조어 등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125건),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119건) 등 총 285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편견을 담고 있거나 차별적인 표현도 적지 않았다.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여러 중매인이 데리고 와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중매술사'의 지난 8월 방송에서는 한 출연자에 대해 "지방에서 올라오신 게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방송언어특위는 이에 대해 "지방 출신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 예능 프로그램들은 '연하 같지 않은 어른스러움', '사회 경험이 적어 배우자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나이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특위는 "나이가 적은 남성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전제를 지닌 자막 활용,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배우자를 찾을 때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 사회 경험이 적은 것을 배우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연결 짓는 설명 등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또 이 프로그램들이 '아다리'(적중을 뜻하는 일본어의 잘못된 표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동공 지진'(당황해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진에 비유함), '프로 팩폭러'(사실을 잘 지적하는 사람) 등 잘못된 외국어나 신조어 등을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중매술사'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 많았고, '2억 9천: 결혼 전쟁'은 불필요한 외국어, '돌싱글즈4'는 부정확한 표현이 많았다고 밝혔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4절 제29조)은 '방송은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인종 간, 종교 간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방송은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루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30조 3항)고 명시하고 있다.
특위는 "일반인 출연자가 많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진들이 방송언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제작진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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