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의료진 부주의로 사망" 손배 청구
"기흉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 따졌어야"
생후 37일 영아가 기도 삽관(입을 통해 호흡할 수 있는 튜브를 기도에 삽입하는 시술) 후 숨졌지만,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만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망한 아기의 부친 A씨 등이 조선대병원의 학교법인 조선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12일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아기는 2016년 1월 조선대병원 소아과에서 가래 제거를 위해 삽관 시술을 받은 뒤 사망했다. A씨 등은 “의료진이 기도에 삽관한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튜브를 실수로 빠지게 했고, 식도에 잘못 삽관된 튜브를 제때 기도로 옮기지 않아 자녀가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며 5억3,000여만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영아의 기도가 매우 짧고 침이나 분비물이 많아 기관 삽관의 난도가 매우 높다”며 병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선대가 2억8,6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의료진이 기관을 깊게 삽관하지 않아 튜브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튜브를 적시에 기도에 삽관하지 못해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의료진 과실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감정서 등에 따르면 기도에 손상이 없더라도 기흉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폐 상태 악화에 따른 기흉이 아기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심리가 부족해 기흉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물었다는 취지다.
튜브가 빠지고 재삽관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항소심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기관 삽관을 시행한 뒤 단순방사선 검사 영상을 찍어 삽관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확인했고, 삽관된 튜브의 깊이가 지나치게 얕지도 않았다”며 “의료진이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진 아기에게 수동식 인공 호흡기를 설치했다가 다시 기관을 삽관한 과정 등을 고려하면 재삽관도 지나치게 늦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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