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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이태원까지

입력
2023.10.29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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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뉴스1

비극 후엔 수많은 ‘만약’이 피어나고 과거를 원망한다. 한국작가회의가 출간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집에 실린 권태주 시인의 ‘아니었다면’은 그런 ‘만약’들을 다뤘다. ‘내 나이가 20대가 아니었다면/ 가족들과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을 텐데’ 같은 개인적 ‘만약’과 함께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경찰기동대가 모두 용산으로 몰려가지 않았을 것을’이라는 사회적 ‘만약’도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권 시인만 해본 건 아닐 것이다. 지난 5월 22일,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법정 증인으로 나왔다. 핼러윈 대비 관련 파일 삭제를 지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의 공판이었다. ‘이태원 위험 보고서’를 작성했던 정보관은 ‘(축제 현장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김 전 과장은 “주말에 집회 관리해야 하니까 안 가도 된다”고 했다. 김 전 과장은 ‘용산서 정보는 예전과 다르다. 지역정보는 필요 없다’는 주의였다. 이 정보관은 증언을 하며 오열했다.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직전 이태원파출소로 향하다가 대통령 관저 쪽으로 차를 돌린 것으로 수사기록에 나온다. 운전요원은 “서장님이 ‘차가 이렇게 밀리는데 대통령 관저는 이상이 없나.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돌아서 이태원파출소에 가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기도 전이었다. 김 전 과장도 “용산에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집회·시위를 관리하려 온갖 노력을 했다”며 “폭증한 업무에도 직원들과 함께 불만 없이 자부심을 갖고 지내왔다”고 했다.

□ 김 전 과장은 평일 사무실에서 숙식하고 주말 저녁 퇴근하며, 휴가는 하루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것인데, 그것이 대통령실보다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하기 어렵다. 만약, 축제 당일 이태원을 점검하고자 했던 정보관처럼 다수 관료들의 업무 우선 순위가 국민의 안전이었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물렀다면’ 만큼이나 쓰린 가정이다.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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