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거래'로 돌아온 배우 유승호
새로운 캐릭터로 성공적 변신
"집안일 좋아해... 과거 카 레이싱 취미도"
"미니카 못 사줘 미안해하신 어머니"
21년 전 영화 '집으로'에 출연하며 '국민 남동생'에 등극한 배우 유승호는 '잘 자란 아역배우'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비단 외모뿐만 아니라 바른 성품으로 널리 평판이 좋고, 매 작품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타의 귀감이 된다. 자칫 너무 조심스럽고 심심한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유승호는 남자답고 털털한 성격을 지녔다.
7년 전 영화 '봉이 김선달' 개봉 당시 그와의 대화가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가식이나 내숭을 떨지 않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고민도 품고 있었다. 귀여운 남동생이 아니라 한류를 이끌어갈 주역 중 한 명으로 당당히 거듭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순간이다.
유승호의 필모그래피는 꽤나 화려하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작을 했다. '불멸의 이순신' '왕과 나' '선덕여왕' '공부의 신' '무사 백동수' '보고싶다' '군주' '복수가 돌아왔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등 사극과 현대극을 모두 아우르며 출중한 연기력으로 일찌감치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를 통해 복귀한 유승호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본인 스스로도 기대를 많이 한 변신이다. 주변의 반응도 궁금했지만 연락이 안 와서 먼저 연락을 해 물어보기도 했다는 그다. "아무도 연락이 안 와서 살짝 서운했는데 '한 번에 몰아보고 싶어서 아껴두고 있다' 하더라고요. 제가 군대 있을 때 실제 고참이자 지금은 친구가 된 친구가 있는데 워낙 냉정하게 잘 얘기해 주는 편이에요. 그 친구가 '재밌다. 너도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죠."
그가 언급한 친구는 군대에서 유승호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은 선임이다. 현재는 결혼을 해 가정도 꾸렸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마음으로 친한 사이다. 유승호는 일을 할 때도, 사적으로도 한번 마음을 준 사람과는 깊은 인연을 맺는 편이다.
특별히 '거래'에 기대가 컸던 이유는 이전에 했던 캐릭터들과 외적인 부분이나 장르적으로나 모든 게 반대되는 작품이어서다. 대단한 칭찬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는 그는 "'유승호가 이것도 할 줄 아네' 혹은 '괜찮네' 정도의 평은 듣고 싶다"며 웃었다.
전보다 확연히 차분하고 조심스러워진 유승호에게 30대가 된 소감을 물었더니 "뭐든 좀 잘해보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잘'이라는 게 완벽함이 아니라 열심히 신중하게 잘하고 싶고 작품도 잘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다 보니까 사람이 좀 더 신중해지는 거 같아요. 그 마음에서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있고요."
'거래'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은 마음속 갈망 때문이었을까. 그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특정 장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열광해 줬을 때 희열도 굉장할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 가면서 생각지 않았던 재미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또래들과의 호흡이 주는 즐거움도 있었다. '거래'를 연출한 이정곤 감독은 유승호와 네 살 차이다. 함께 연기한 배우 유수빈과 김동휘 역시 비슷한 또래라 소통이 더욱 편했던 게 사실이다. 유승호는 "처음엔 감독과 배우로 만났지만 이정곤 감독님과 첫 촬영 1주일 전부터는 형동생으로 진입을 했다. 그래야 우리 작품이 더 빛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감독님을 대하고 연기를 했지만 그 외의 시간들은 형제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가족처럼 생활을 해서 색다르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돈이 필요해 친구를 납치하는 준성에 접근한 과정도 궁금했다. 배우가 스스로 납득을 해야 캐릭터도 잘 그려지기 마련. 유승호는 "준성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준성이가 군 전역할 때 엄청난 다짐을 한다. 그 다짐이 또 깨지는 순간이 있었다. 사채 빚 때문에 끌려가서 장기가 털리기 전까지 가는데 군복 입고 밖에 나오자마자 그런 일을 당한다. 아마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무릎을 꿇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만나서 술김에 감정적으로 반대편 무릎을 꿇지 않았을까. 준성은 자기가 가진 선을 넘지 않으려고 최대한 막으려고 한 상황에서 졸지에 한배를 타게 됐다. 내가 실제 전역했을 때 느낌을 합치면서 현실에서의 좌절감을 공감하고 느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아온 유승호의 삶에서도 '좌절'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도 결과가 따라주지 못할 때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뭐가 부족했을까' 반성하는 시간도 갖고 그게 두세 번 지속되면 좌절까지 가는 단계가 되는 거 같다"며 "이겨내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찾진 못했고 속으로 삼킨다. 뭔가 부족했으니 그랬을 거라 생각하고 다음 번에 보완해서 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도 생각과 고민이 많은 배우로 알려져 있는 유승호. 일이 없을 땐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그의 MBTI는 'ISFP'다. 고양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좋아한다. 유승호에게는 색다른 취미가 있다. 바로 카 레이싱이다. 7~8년 정도 꾸준히 했는데 지금은 잘 하지 않는다. "한번 강원도 서킷 가면 짐 챙기고 수리하고, 갔다와서 회복하면 4~5일이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카 레이싱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젠 좀 다른 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카 레이싱을 즐겼던 이유가 단순히 '스릴감' 때문은 아니라는 그는 "내가 하는 레이싱이 속도가 빠른 게 아니고 드리프트다. 느린데 시끄러운 쪽이다. 모터스포츠의 특징이 혼자 나랑 기계랑 싸우는 건데, 그게 나랑 잘 맞는 거 같다. 보이기만 거칠지 섬세한 스포츠들이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사실 유승호가 카 레이싱에 빠지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단순히 엔진과 차를 좋아했어요. 어릴 적에 가정환경이 여유가 없다 보니까 어머니가 장난감이나 자동차를 못 사줬거든요. 제 활동이 괜찮아지니까 엄마가 '차는 터치 안 할 테니까 하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하셨죠. 어릴 때 미니카를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요. 제가 산에서 오토바이도 타고 그런 것들이 그저 엔진을 좋아해서 시작된 거였어요. 이제는 새로운 취미도 찾아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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