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대 토목공사로 꼽힌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주역인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동아그룹 최준문 창업주의 장남인 고인은 대전에서 태어나 한양대 경제학과,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스물세 살이 되던 1966년 부친의 뒤를 이어 동아콘크리트 사장으로 취임한 뒤 주력 기업인 대한통운, 동아건설 대표이사 등을 거쳐 1978년 동아그룹 회장이 됐다.
최 전 회장은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1983년 단일 토목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했다. 사하라 남부에 매장된 지하수를 끌어올려 리비아에 공급하는 이 대형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동아건설은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에도 이름을 알렸다. 당시 세계 최대 백과사전이었던 '브리태니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리비아를 집권하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고인에게 국가 원수 수준의 대우를 해줬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고인은 남다른 추진력으로 동아그룹을 한때 계열사 22곳을 거느린 재계 10위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동아건설이 시공한 성수대교가 1994년 붕괴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고,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금리 폭등과 미분양 급증이 맞물리며 그룹의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고인은 1998년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동아건설은 그해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결국 2001년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04년에는 분식회계 등 혐의로 한동안 옥고를 치르다 2005년 7월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2007년에는 영화계에 입문했다. 누구보다도 굴곡이 많았던 고인의 인생을 소재로 한 영화를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자주 전한 터라 당시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제작하는 영화 '굿바이 테러리스트'의 총감독을 맡아 2년에 걸쳐 만들었지만 개봉되지는 않았다.
고인은 유명 연예인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대 최고 배우 중 하나였던 영화배우 김혜정과 1962년 결혼했으나 5년 뒤 이혼했다. 이후 '커피 한 잔'이라는 노래로 인기를 끈 자매 듀엣 펄시스터즈의 언니 배인순씨와 재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다시 이혼했고, 1999년에는 전 KBS 아나운서 장은영씨와 27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결혼 11년 만인 2010년 파경을 맞았다.
유족으로 아들 우진, 용혁, 재혁씨, 딸 선희, 유정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8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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