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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들은 홍범도 장군의 노기 띤 음성, 시 쓰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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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들은 홍범도 장군의 노기 띤 음성, 시 쓰기 시작"

입력
2023.10.25 17:37
수정
2023.10.25 17:5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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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홍범도 장군 연구한 이동순 시인
순국 80주년, 시집 '내가 홍범도다' 출간
육사 내 흉상 이전 문제 정면으로 다뤄

이동순 시인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순화동천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에 맞춰 발간한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이동순 시인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순화동천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에 맞춰 발간한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격앙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던 어느 날 꿈에서 홍범도 장군의 노기 띤 음성을 들었습니다. 황급히 시를 쓰기 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지요. 그러고서 10편 정도를 연재하듯 썼습니다."

영남대 명예교수인 이동순(73) 시인이 25일 시집 '내가 홍범도다'를 출간했다.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순국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시작한 순간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 8월 말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진 후 "형언할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 살던 그가 영감을 얻은 건 꿈에서 만난 홍범도 장군이었다. 그렇게 쓴 첫 시는 이번 시집에도 수록된 '홍범도 장군의 절규'다.

“그토록 오매불망 /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 막상 와본 한국은 /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중략) 야 이놈들아 /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 달라 했었나 /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 (중략)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 //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홍 장군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1980년대부터 무려 42년간 홍 장군을 연구해 온 그로서는 흉상 이전 논란에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03년 10권짜리 민족서사시 ‘홍범도’를 냈고, 올해는 3·1절을 맞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도 발간했다.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매체 등을 통해 활발히 목소리를 냈지만 그것으로 울분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를 시작(詩作)으로 풀었다. 9월부터 쓰기 시작한 '내가 홍범도다' '내가 돌아오지 말걸' '홍범도 장군의 발길' '매국노에게' 등 수록된 시 50편은 제목에서부터 직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내가 홍범도다·이동순 지음·한길사 발행·196쪽·1만5,000원

내가 홍범도다·이동순 지음·한길사 발행·196쪽·1만5,000원

두 달도 걸리지 않아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웃을 수만은 없는 사연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홍범도 장군 관련 시 10편 중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포함해 3편이 "혐오스러운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삭제 조치된 것. 삭제 조치가 되자 오히려 그의 시는 온라인상에서 더 빠르게 확산됐다. 그는 "삽시간에 유명인사가 됐다"고 했다.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보고 그는 사명감을 갖고 시 쓰기에 더 몰두하게 됐다. 그는 이내 "고난의 일생을 산 홍 장군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시련과 유린, 핍박을 겪으시는 걸 보니 가슴이 메이고 피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시인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은 국방부와 육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홍 장군이 1921년 6월 발생한 자유시 참변(독립군이 무장해제 요구에 불응해 소련군과 벌인 교전)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너무 악랄하게 왜곡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홍 장군의 상황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다른 일로 자유시에 없었던 홍 장군은 나중에 상황을 알고 오히려 자신의 책임을 통감해 울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포로 등 더 많은 조선인들을 구하는 데 애썼다는 설명이다. 시인은 "홍 장군 명예 복원의 날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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