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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 주민 4명은 일가족 추정… 군, 민간 신고 전까지 위치 파악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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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 주민 4명은 일가족 추정… 군, 민간 신고 전까지 위치 파악 못 해

입력
2023.10.24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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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해상·해안 경계에 허점 노출 비판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강원 속초항 부근에서 발견됐다. 군 당국은 해안 감시장비로 추적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정작 어민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까지 해당 목선을 찾지 못해 해상·해안 경계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NLL 월남 5시간 지나도록 목선 못 찾은 군

군 당국과 해경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속초 외옹치항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으로부터 "이상한 배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목선에 타고 있던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목선이 발견된 곳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지점이다. 약 7.5m 길이의 선박에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관계당국은 합동 심문을 통해 귀순 의사의 진정성과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합동참모본부는 경계 실패 논란을 의식한 듯 "어선의 신고 이전부터 귀순 선박의 존재를 탐지해 추적·감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목선이 NLL 남쪽으로 50㎞ 가까이 넘어오는 동안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해안 경계 실패 지적이 나오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오전 4시 이전부터 NLL 북쪽에서 특별한 징후가 있어 해군 함정과 초계기를 동원해 인근 일대 탐지 작전을 펼쳤다"며 "목선 크기가 약 7.5m로 워낙 작다 보니 멀리에서는 레이더에도 정확히 포착이 되지 않아 NLL을 넘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해는 서해에 비해 섬이 없고 △NLL 길이가 400㎞가 넘으며 △목선이 먼바다에서 대각선으로 이동해 해안가 육군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점 등을 부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 당국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발견 지점이 NLL 남쪽 50㎞ 지점이면, 목선의 이동 속도를 시속 9㎞로 가정했을 때 5시간 이상 우리 해역에 머물렀던 것임에도 군은 정확한 위치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만약 북한군의 침투였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월 만에 또 해상 탈북… "코로나 봉쇄 완화 영향"

이날 목선 귀순은 지난 5월 10명 이하의 두 가족이 어선을 타고 서해로 귀순한 지 5개월 만이다. 북한 일가족이 선박으로 귀순한 사례는 총 6건인데, 2002년 이후에 발생한 4건이 6~8년 간격이었던 것에 비하면 간격이 급격히 짧아진 것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취했던 국경 봉쇄와 해안 경계 강화가 어느 정도 풀리면서 탈북 시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코로나 유행 기간에 주민이 해수욕장에 가는 것까지 엄격하게 통제했다"며 "브로커를 통한 북중 접경지역을 거친 탈북보다 훨씬 위험한 해상 탈북을 일가족이 선택했다는 것은 탈북자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총 1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차단됐던 북중 국경 왕래가 약간 해소됐고, 중국 내 이동이 자유로워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다만 향후 코로나 이전 1,000명 이상 수준으로 회복될지 여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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