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영화 '너와 나'
'D.P.' 배우 조현철의 감독 데뷔작
간접화법으로 세월호 슬픔 묘사
수다가 쏟아진다. 말과 말 사이로 웃음이 수시로 끼어든다. 풋풋하고도 밝다. 어두운 기운이 잠시 스미나 발랄함이 스크린을 장악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엔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너와 나’(25일 개봉)는 애써 슬픔을 강조하지 않기에 더욱 슬퍼지는 역설의 영화다.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이 주인공이다. 둘은 절친한 사이다. 수도권의 한 도시가 배경이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두고 세미는 마음이 급하다. 다리를 다친 하은이 함께 여행을 갈 수 없어서다. 하은을 채근해 제주도로 같이 향하고 싶다. 세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은은 느긋하다. 애인이 생겼다고 해 세미를 안달 나게 하기도 한다. 오해가 생기고 둘의 감정이 엇갈리면서 화면에는 사랑의 설렘이 부풀어오른다. 10대 후반이 발산하는 맹랑하면서도 싱그러운 기운이 마음을 두드린다.
영화의 주요 소재는 꿈이다. 세미는 불길한 꿈을 꾸고선 하은과의 관계를 걱정한다. 그는 숨진 하은과 자신의 모습을 환각처럼 보기도 한다.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을 다뤘다고 하나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진 사연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어느 장면은 꿈 같기도 하면서 현실처럼 보인다. 세미와 하은 앞에 놓인,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영화는 10대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나 스크린 이면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세월호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슬픔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관객 마음을 아프게 하려는 연출 의도와 맞닿아 있다. 참사를 강조하지 않기에 9년 전 4월 16일에 발생한 비극을 더욱 떠올리게 된다. 간접화법이 빚어내는 감정의 파도가 거세기만 하다. 그들의 꿈과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의 못다 한 삶을 우리는 어떻게 이어받아야 할까, 그들의 비극이 또 반복된다면 어찌해야 할까. 관객은 서글픈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자신에게 물으면서 극장을 나서게 될 듯하다.
배우 조현철의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의 최동수와 넷플릭스 드라마 ‘D.P.’(2021)의 조석봉 역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기로 대중에 익숙한 그는 정작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너와 나’와 감독 조현철은 올해 영화계의 성취 중 하나라 해도 과하지 않다.
조 감독은 지난 10일 언론시사회를 마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영화를 찍었다”며 “그 시간 동안 개인적인 사건(부친상)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좀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 일어났던 어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30대 남자 창작자로서 여고생의 생각들을 이해하기 위해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등 두 달가량 취재를 했다”고 덧붙였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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