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중 정상회담 준비… 의제 등 협의할 듯
성사시 ‘긴장 관리’ 의미… 본질적 변화는 난망
“미, 중동전 이란 개입 억제에 중 영향력 기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번 주 사흘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수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반 만에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왕 부장이 26~28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왕 부장을 맞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은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으로 양자·역내 이슈, 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무부는 부연했다.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 “만남 자체가 중요”
왕 부장의 이번 워싱턴행은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전제로 한 의제 등 협의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미국 정부는 이 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기대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긴장 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두 나라는 현재 대만과 공급망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추격을 차단할 목적으로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강화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사실상 대중 포위·봉쇄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통제 착수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흑연 수출 통제 방침 발표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물론 11월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회담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2017년 4월이 마지막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초 취임 뒤 아직 중국을 찾지 않았다.
미국이 중국과 ‘중동 긴장 완화’ 방안을 본격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양측 간 전쟁과 관련, 미국은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진영 맹주인 이란의 참전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측에 ‘대이란 영향력을 활용해 (개입 자제)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하는 기회로 왕 부장의 방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한 수단을 백방으로 찾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전향? 국방 분야 대화까지 재개 조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냉담했던 중국이 태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왕 부장뿐 아니라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과 러몬도 장관은 6월 블링컨 장관에 이어 7, 8월 각각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경색됐던 국방 분야 소통까지 재개될 전망이다. 마이클 체이스 미국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주최 세미나에서 중국의 샹산포럼(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대화체) 참석 초청을 수락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연초 자국 정찰풍선이 미국 본토 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된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국과 갈등을 빚어 오던 중국은 올여름부터 고위급 대화를 다시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미국 측의 국방 분야 대화 제안은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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