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 봉투 재판서 증인으로 출석
'민주당 돈 봉투 사건' 수사의 시작점이 됐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건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성만 의원 등을 겨냥해 "동지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에게 덤터기를 씌웠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강 전 감사 등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했을 뿐, 자신이 먼저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씨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강 전 위원과 윤관석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씨는 앞서 별도의 알선수재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지지 세력과의 통화가 담긴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해당 녹취록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가 살포된 정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날 이씨가 송 전 대표 캠프 밖에 있던 강 전 감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씨도 이에 호응했다. 이씨는 "제 선거 때도 돈을 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 대표 선거에서도 그렇게 준다는 건 사실 상상해 본 적도 없다"며 "강 전 감사가 줘야된다고 해서 그렇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공동 피고인 박모씨에 대해서는 "송 전 대표가 경선캠프의 실무를 모두 결정하거나 지시하지 못하기에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해야하는데 그 역할을 박 전 보좌관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강 전 감사와 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배신감도 호소했다. 그는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압수수색이 있던 날 강래구 이성만 조택상(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세 분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정근이 밥값이 없다, 돈을 달라고 징징거렸다’고 했다"며 "한때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셋이 짠 듯이 저에게 인신공격성으로 덤터기를 씌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중 드러난 녹음 파일과 메시지 등을 검찰이 돈 봉투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씨는 "불법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이 재생한 통화 녹취에는 이씨가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윤 의원에게 자금 마련을 요청받고, 박 전 보좌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0개의 돈 봉투를 건네 받은 뒤 이를 다시 윤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오갔다. 두 번째 돈 봉투 전달이 있었던 4월 28일 당시 이씨는 강 전 감사와의 통화에서 "송(송 전 대표)도 뭐 매우 좋아하고 하더라고, 윤(윤관석)은 와가지고 한참 있다가 송하고 만나가지고 뭐 한 30분 이야기하다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윤 의원이 505호 사무실로 찾아와 봉투를 가져간 뒤 아래층 송 전 대표 사무실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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