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과 데이터센터 협약 엘텍코리아
사업 무산 뒤, 토지매입대금 환급 요구
평창군 ”재산권 책임 입찰참가자에 있어“
권익위 ”부지 환매“ 업체 측 손 들어줘
3,600억 원대 데이터센터 조성이 무산되자 부지 매입비를 돌려달라는 기업과 입찰공고문에 따라 책임은 매수자에 있다며 환급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 간 분쟁이 발생했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첨단영상장비 등을 생산하는 엘텍코리아㈜와 강원 평창군은 지난 2021년 4월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에 ‘평창 평화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협약했다. 3,600억 원대 투자유치를 통해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특화 데이터 센터를 만들겠다는 게 당시 협약 내용이다. 강원도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사업을 투자유치 성과로 내세웠다.
같은 해 8월 엘텍코리아가 축구장 21개 면적과 맞먹는 평창 군유지 15만 5,675㎡(약 4만 7,091평)를 34억 1,530만 원에 사들이며 속도가 붙는 듯했다. 매입한 땅은 임야가 13만 1,349㎡, 농지가 2만 4,326㎡였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평창 평화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한 산업단지 지정계획이 국토교통부 심의에서 탈락하면서 일이 꼬였다. 1년 뒤 투자유치마저 불발돼 사업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농지는 여전히 평창군 소유로 돼 있다.
이에 업체 측은 지난해 12월 투자협약과 관련한 계약을 해지하고 토지 매입비를 돌려달라고 평창군에 요청했다. 제조업체가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근거를 든 요구다. 그러나 평창군이 올해 1월 농지전용 허가 등 절차를 통해 엘텍코리아에 농지를 취득하라고 회신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평창군은 “공유재산 매각 당시 입찰공고문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농지법 등 관계 법령상 제한사항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하는 취득제한 등 재산권행사의 불이익은 입찰 참자가에게 있다고 명시했다”고 맞섰다.
또 “엘텍코리아가 센터 조성 사업비를 확보하지 않고 산업단지 지정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체결한 사항”이라며 “투자유치 실패를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원시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법인이라는 이유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나, 이는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엘텍코리아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회사가 체결한 매매계약은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냈다. 업체 측은 “사업이 무산된 가운데 자금이 묶여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지 뿐만 아니라 나머지 부지에 대해서도 평창군 허가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하는 등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호소했다.
양측 주장을 살핀 국민권익위는 농지법상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소유하지 못하는 법적 근거 등을 토대로 11개 필지를 환매하라며 엘텍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의결문을 통해 “농지전용허가 등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일반기업도 취득이 가능하지만 센터 건립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건립 가능한 토지의 상태를 갖춰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어 “투자유치를 전제로 민원 센터 건립을 추진한 양측 중 공유재산 활용의 책임이 엘텍코리아에게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공유재산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바 매매계약에 대한 환매계약 체결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평창군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전문가와 함께 국민권익위 의결을 분석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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