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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또 미안해"... 비봉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입력
2023.10.20 12:00
수정
2023.10.20 14: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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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모습. 비봉이는 2022년 10월 16일 방류된 후 모습을 감췄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들은 비봉이가 죽었다고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 16일은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류된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비봉이는 방류 첫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게 목격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국내외 전문가와 동물단체들은 제주 연안 정주성 해양동물인 남방큰돌고래 특성상 비봉이가 죽었다고 보고 있다.

해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이정준 감독(활동명 돌핀맨)이 공개한 방류 직후 비봉이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비봉이는 한동안 바다 위에 떠 있다가 물살에 떠밀리면서 헤엄쳐 갔다. 이 감독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며 “(비봉이가)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파도가 치면 물살에 떠밀리기도 하면서 정처 없이 헤엄쳐 갔다”며 “비봉이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곳은 제주 서남쪽 고산리였다”고 적었다.

2022년 10월 16일 제주 앞바다 방류 직후 비봉이의 마지막 모습. 비봉이는 한참을 떠 있으며 두리번거리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났다. 돌핀맨 유튜브 캡처

지금 와 생각해 보면 17년 동안 수족관에 갇혀 생활했는데 가두리에 고작 48일간 생먹이를 줘놓고 망망대해에 풀어놨으니 비봉이가 얼마나 두렵고 당황했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방류 당시 몸무게는 급격히 줄었고, 사람에 대한 의존도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에 의해 결국 바다에 '유기'됐다. 사람에게 죽음까지 이용당한 비봉이에게는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이다.

비봉이 방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족관 운영사, 시민단체로 구성된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가 주도했다. 이들은 방류 당시 "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격스럽다", "방류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방류 홍보에만 바빴다. 한 국회의원이 비봉이 방류에 일등공신이라는 기사도 쏟아졌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동물단체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방류협의체의 비봉이 야생 방류 실패에 대한 인정과 규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비봉이 방류 홍보에 열을 올렸던 이들은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방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비봉이 방류 전부터 나왔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뿐 아니라 방류 이후 제기된 방류∙재포획 기준, 방법 등의 매뉴얼, 방류 평가 기준 및 모니터링 내용 등을 공개하라는 국회, 시민단체의 요구를 끝내 묵살했다. 그러면서도 해수부는 "아직 비봉이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비봉이의 죽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방류 1년을 앞두고 해수부에 입장을 물었다. 해수부 측은 "연말에 남방큰돌고래 방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비봉이 방류에 대한 결과 발표는 백서를 통해 대신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9월 2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가두리에서 수족관으로 재이송될 당시 비봉이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사실 이마저도 당초 목표였던 6월보다 반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갑자기 제주 고래류 현황을 조사해 추가로 담는다는 게 이유였다. 비봉이 방류 과정에만 온전히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그간의 성공 사례들까지 거론한다니 물타기, 시간 끌기의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해수부는 백서에 비봉이 방류와 관련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는다고 했다. 기자도 백서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소로부터 언론인으로서 의견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백서에 대한 큰 기대는 없다. 방류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가 이뤄져야 함에도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열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백서 발간이 지금껏 침묵을 지킨 협의체의 실패를 덮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 협의체는 이제라도 비봉이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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