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보행로봇이 달려왔다. 로봇개는 기자를 향해 "왈왈왈" 짖더니, 다른 관람객이 눈에 띄자 금세 뛰어갔다.
이 로봇은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사의 기술 이전을 받아 국내에서 만든 3억 원짜리 '비전60'이다. 이승찬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대리는 "로봇에 설치된 5개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등을 활용한 자율주행 모드로 경찰관이 접근하지 못하는 하수도, 골목길 등을 순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충전하면 8시간 정도 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 치안'을 앞세운 경찰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18~21일 인천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에는 경찰을 비롯해 180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4족 보행로봇을 비롯 권총, 휴대용 마약진단키트 등 첨단 기술이 기반이 된 신제품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연 인기를 끈 제품은 4족 보행로봇이었다. 고스트로보틱 외에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도 주목을 받았다. 정의옥 레인보우로보틱스 책임연구원은 "외국산과 비교해 국산 로봇은 가성비 면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제품 단계로 더욱더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4족 보행로봇을 순찰 등 치안현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국민대·서울과학기술대 연구팀은 부산 해운대경찰서와 함께 자체개발한 4족 보행로봇을 해운대 일대에서 시험운용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약남용 실태를 감안해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진단키트'도 등장했다. 필메디와 성균관대가 공동개발한 마약진단키트는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이 술잔에 들어 있는지 진단해 준다. 필메디 관계자가 휴대폰 뒷면에 붙인 스티커형 진단키트에 GHB가 섞인 액체를 문지르자 노란색 스티커가 청색으로 변하며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해당 키트는 GHB 외에도 필로폰과 코카인, 케타민, 엑스터시(MDMA) 등 시중에 유통되는 주요 마약류 10여 종을 감지할 수 있다. 검사 소요 시간도 10여 초로 짧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 현장에 적용 가능한지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많은 예산을 들여 도입 예정인 '저위험 권총' 전시 부스에도 오래 머물렀다. 신형 방검복·방패, 연발이 가능한 테이저건 등 직접 체험이 가능한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국민들이 국내 치안산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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