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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나사 표방? 연구 옥상옥 우려?... 우주청 'R&D 기능' 줄다리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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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나사 표방? 연구 옥상옥 우려?... 우주청 'R&D 기능' 줄다리기 왜

입력
2023.10.20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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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안건조정위원회 활동 끝나는데
R&D 직접 수행 놓고 이견 못 좁혀
'연구 중복될라' VS '영역 분리 가능'
속내는 부지 계산?... 후폭풍 언제까지

지난달 3일 경남 사천시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천=뉴시스

지난달 3일 경남 사천시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천=뉴시스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던 우주 관련 기능을 집결할 목적으로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에 연구개발(R&D) 직접 수행 기능을 부여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R&D 기능이 우주청의 규모와 인력 유치를 결정하는 요소임은 물론이고 입지 선정과도 직결되는 터라 여야가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 산하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논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 활동이 23일 종료된다. 안조위 위원들은 이달 5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으나, R&D 직접 수행 기능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우주청 연구인력이 직접 R&D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이 이에 반기를 들고 있어서다.

당초 정부는 R&D 기능을 수행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우주청 모델로 삼았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우주전담기관이 없어서 우주패권경쟁 시대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우주항공정책 △R&D △산업 △국제협력 등을 총괄하는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의 규모는 전체 300여 명으로 구성하고, 그중 200여 명은 R&D를 담당할 연구인력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연구인력 200명" vs "R&D 예산 삭감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우주항공청 임무 조직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내놓은 우주항공청 임무 조직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여당과 기존 항공·우주 분야 R&D를 수행해 왔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구성원들은 정부 구상대로라면 'R&D 옥상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발사체·위성·우주탐사 등 항우연이나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연구해 온 분야와 우주청의 연구 분야가 중첩될 것이라는 우려다. 항우연 지부가 속해 있는 전국과학기술노조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항우연과 천문연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과 기업 등을 통해 우주 분야 R&D를 수행할 수 있는데, 세수가 부족해 R&D 예산까지 삭감하는 마당에 200명 규모의 국립연구소를 경남 사천시에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신명호 과기노조 정책위원장은 "출연연이 만들어진 이유는 R&D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국립연구소가 연구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우주청이 R&D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결국 국립연구소를 구태여 만들어 출연연이나 대학이 하는 연구를 중복되게 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우주청의 R&D 기능이 기존 출연연이나 대학의 연구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초기 연구나 원천기술 연구에 한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R&D 영역이 무 자르듯 나눠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출범하는 우주청이 항우연, 천문연의 주요 R&D 기능을 흡수할 경우, 출연연이 축적 해온 연구 인프라가 형해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시수정우주항공청 R&D 수행 방안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다시수정우주항공청 R&D 수행 방안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사천? 세종? 대전?... 정쟁화 후유증 남을라

이 같은 평행선은 표면적으로는 R&D 기능 수행과 관련된 이견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우주청의 부지 문제와 관련돼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쉽사리 양보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주청이 R&D를 직접 수행하는 경우, 대선 공약대로 사천시에 우주청이 설립되고 연구인력 유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R&D 없이 정부 기능만 수행한다면, 세종이나 대전에 귀속될 여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주정책 전문가는 "사천이든 대전이든 어떤 쪽이 향후 우주개발에 이점을 가지는 부지인지 차분하게 논의가 되어야 하는데, 대선 공약 실현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다 보니 필요한 논의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우주청 R&D 기능과 입지 문제가 지나치게 정쟁화할 경우, 우주청 개청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어느 한 곳에 우주개발 중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 독일처럼 여러 지역에 분권화가 돼 있는 사례도 있다"면서 "A 아니면 B 식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소모적인 논쟁 탓에 우주개발의 시계가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지금은 내부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협력을 해도 모자라다"고 방 교수는 강조했다.

여당은 안조위가 종료되는 23일 전에라도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의가 불발되면 우주청 설치 특별법은 다시 과방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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