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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정부가 공짜로 준 배출권 팔아 약 8500억원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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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들, 정부가 공짜로 준 배출권 팔아 약 8500억원 벌었다

입력
2023.10.19 13:35
수정
2023.10.19 18:19
10면
0 0

정부 90% 이상 무상 할당한 배출권 산업부문 쌈짓돈으로
발전사 배출권 구매비용 2조 원...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화력발전소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화력발전소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얻은 수익이 약 8,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기보다는, 정부가 공짜로 나눠준 배출권이 남아돌아 생긴 결과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액 및 매수액 통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 부문이 판매한 배출권은 3,800만 톤에 달했다. 이를 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략 8,500억 원이다. 계획기간별로 제1차(2015~2017년) 평균 톤당 약 2만 원, 제2차(2018~2020년) 약 2만5,000원, 3차(2021~2025년) 약 2만3,000원을 적용해 구한 액수다. 기간별 배출권 평균가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운영결과보고서 및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참고했다.

배출권 거래제에는 제조기업 중심의 산업 부문 외에도 전환(발전), 수송, 폐기물, 건물 등 여러 부문이 참여한다. 하지만 지난 7년간 배출권 판매수익이 구매비용을 상회한 건 산업 부문의 450여 개 기업이 유일하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마치 쓰레기 종량제처럼, 온실가스를 배출권이라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한 것이다. 봉툿값이 비싸면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만약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한 덕분에 쓰레기봉투가 남는다면 이를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 부문의 수익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공짜로 받은 배출권을 판매한 결과다. 1차 계획기간에는 기업에 필요한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했고, 2차와 3차는 무상 할당 비율이 각각 97%와 90%였다. 제도 시행으로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업들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봉투'가 남아도는 상황을 초래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받은 무상 배출권이 7,715만 톤으로 온실가스 배출량(7,019만 톤)을 넘어섰다. 이 회사에서 무상 배출권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을 넘어선 해는 2017년 이래 세 번이나 된다. 탄소 배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배출량 감소를 위해 저탄소 연원료 사용 증대, 에너지효율 개선, 혁신감축기술 개발 등에 연평균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에 필요한 탄소배출권을 90% 이상 무상 할당하면서 실제 배출량보다 할당량이 더 많은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포스코의 2017~2023년 배출권 사전할당량 및 배출량 현황. 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부가 기업에 필요한 탄소배출권을 90% 이상 무상 할당하면서 실제 배출량보다 할당량이 더 많은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포스코의 2017~2023년 배출권 사전할당량 및 배출량 현황. 장혜영 의원실 제공

이렇다 보니 제도의 온실가스 감축 유도 효과는 부족한 상황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산업 부문 배출량은 제도가 시작된 이듬해인 2016년(5,350만 톤)부터 2021년(5,100만 톤)까지 줄곧 큰 변화가 없었다. 2017년엔 5,650만 톤으로 치솟기도 했다. 2015~2019년 온실가스 감축 실적 역시 배출권 사전 할당량의 0.5%를 넘지 못했다.

기업들이 판매한 무상 배출권 대부분은 발전공기업이 흡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환 부문 배출권 매수량은 9,000만 톤, 매수 비용은 2조900억 원이나 됐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자회사가 2021년 한 해에만 쓴 구매 비용만 5,860억 원에 달한다. 석탄화력발전으로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은 뒤 배출권 부족분을 충당한 것이다. 문제는 배출권 구매 비용의 80%가량을 한전에서 정산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료 인상의 간접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이 시장에 과잉 공급된 탓에 최근 배출권 가격은 헐값이 됐다. 지난 7월에는 톤당 7,020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정부의 배출권 매각 수익으로 조성되는 기후대응기금에도 치명적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올해 기후대응기금 배출권 매각 수익 예산을 당초 7,300억 원에서 4,000억 원 규모로 축소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배출권 확보를 무상 할당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정부의 기후위기 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현행 배출권 거래제는 사실상 산업계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며 “배출권 유상 할당량을 대폭 늘려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시그널을 주고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해 기후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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