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 예산 0→28억 증액
경제수석실 "조사 유지 방안" 주문
"정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효과 파악과 소득 변화 요인 등을 분석하기 위해 가계소득동향조사 예산 36억7,000만 원 증액이 필요합니다."
2017년 11월 9일 '2018년도 통계청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 중 한 대목이다. 당시 여당 기재위 핵심 멤버였던 김정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의견이다. 0원이었던 가계동향조사 예산은 결국 28억5,300만 원으로 새로 배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소주성 통계 조작 의혹'의 출발점이었다.
2016년 말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이듬해까지 실시하고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응답자가 소득 수준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꺼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고소득자가 자신의 소득을 있는 그대로 알려줄 가능성이 낮은 점도 문제 삼았다. 낮은 응답률과 정확성은 통계청이 용납할 수 없는 통계 불안 요소였다. 대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소득을 파악하기로 했다.
통계청 계획과 정반대로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1년 만에 되살아났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재인 정부가 김 의원의 '예산 증액 발언'이 있기 전, 가계동향조사 부활을 위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감사원의 통계 조작 감사 중간 결과를 통해서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017년 9~10월 가계소득 연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 '가계동향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당시 경제수석실은 소주성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수석이 이끌고 있었다. 경제수석실은 3개 부처에서 취합한 의견서를 통계청에 보내면서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다. 가계동향조사를 주요 부처가 공통으로 여기는 중요한 통계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경제수석실은 그해 11월엔 "가계동향조사 유지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지시를 통계청에 내리기도 했다. 가계동향조사를 되살릴 테니 세부 대책을 세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달 이뤄진 2018년도 통계청 예산안 심의에서 당시 최성욱 통계청 차장이 "가계동향조사 예산 증액에 동의한다. 예산을 준다면 11, 12월에 준비해 내년 1월부터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신규 편성한 가계동향조사 예산을 2019년엔 159억4,900만 원으로 5배 넘게 불렸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통계를 더욱 키우자 야권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내내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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