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보선 패배 후 여당 지도부와 첫 자리
"당정, 통합위 제언 꼼꼼히 읽어주길"
'개혁 입법 당부' 및 '엄중한 경고'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들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4역(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여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간사들은 물론 주요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한 행사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합위 활동과 정책 제언이 제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고 극찬하면서 여당과 정부를 향해 통합위 제언들을 꼼꼼히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한길 통합위원장을 한껏 띄워준 셈이다.
2시간여 진행된 만찬은 당초 지난 8월로 출범 1주년을 맞은 통합위의 활동과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민심을 읽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에는 보선 패배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컸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여당 지도부를 처음 만난 자리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통합위를 높게 평가하면서 여당에도 개혁과제 및 정책 개발에 힘써 달라는 메시지로 읽혔다는 의미다.
尹 애착 '통합위' 행사에 참석한 與 지도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통합위 활동에 대해 치하한 뒤 "이것들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우리가 공감해야 한다"며 "통합위의 다양한 정책 제언들을 우리 당과 내각에서 좀 관심 있게,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들 또 자기가 담당한 분야들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한번 읽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위와 당정, 저 역시도 우리 국민들이 우리 헌법과 우리 제도를 사랑할 수 있도록 그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하겠다고 하는 각오를 다지는 저녁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같은 뜻을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통합위가 과거 어떤 위원회 보다 역사에 좋은 흔적을 남길 것"이라며 "당에서도 통합위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고,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우리 정부가 국민통합에 가장 많은 노력을 하고 성과를 이룬 정부로 기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통합위 활동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안을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평가하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지난 8월 25일 통합위 출범 1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통합위 위원들의 성과보고를 청취한 윤 대통령은, 이후 각 부처 장관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통합위가 출범 1주년을 맞아 보고한 정책 제안을 각 부처가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이날도 방기선 국무조정실장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서신을 받은 주요 부처 장관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개혁 입법 당부 및 엄중한 경고로 해석
특히 만찬에 여당 지도부와 상임위를 대표하는 여당 의원들이 집결한 사실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부처뿐 아니라 여당을 향해 통합위 활동 성과를 입법과 정책으로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읽혔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합위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통합위의 정책 제안을 당·정·대통령실이 공유하고 중장기 계획이나 국정 운영에 활용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와 관련해 여권에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언급한 후에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개혁 입법'과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에 입법의 초점을 맞춰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대통령의 메시지인 동시에 여당이 해야 할 역할을 통합위가 하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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