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형→2심· 대법원 무죄 판단
인터넷에서 개인용 컴퓨터(PC) 관련 부품을 파는 판매자에게 '용팔이'라는 멸칭을 썼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이용자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한 판매자가 올린 컴퓨터 메인보드 판매글 '묻고 답하기' 란에 글을 작성했다. 그는 "40만 원? 그냥 품절을 해놓으시지"라는 글을 올린 직후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란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용팔이'는 과거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일부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부품을 비싼 값에 팔면서 협박·위협까지 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 악덕 PC 부품 판매업자를 낮잡아 일컫는 말이다. A씨는 PC 판매자가 당시 일시 품절된 상품을 통상 가격의 2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올려놓자 이를 비난한 것이다.
검찰은 A씨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판매자가 제품 품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고 하거나, 아예 제품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의심했다"고 항변했다.그러나 1심은 "용팔이라는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고,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평가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 표현에 어느 정도 객관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작성한 글에 대해 "즉시 판매 불가능한 상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를 비판한 것이었다"며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장에서 그 표현의 자유는 비교적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심은 A씨의 글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사회통념상 비난할 수 없는 행위)였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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