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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초수 전쟁' 막 오른다...세종시, '전의초수' 성역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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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초수 전쟁' 막 오른다...세종시, '전의초수' 성역화 시작

입력
2023.10.17 04:30
수정
2023.10.1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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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1만㎡에 '전의초수 역사공원' 추진
"세종 눈병 치료 약수... 세상엔 안 알려져"
'세종' 고리 약한 세종시 성장에 도움? '주목'
'초정축제' 청주와 '왕 초수' 놓고 격돌 예상
청주시, 20~22일 무대 넓힌 '초정약수축제'

지난해 세종시 전의면 관정리 전의초수터에서 열린 '왕의 물 축제' 행사 사진. 전의초수를 한양의 궁궐까지 나르는 것을 재현했다. 세종은 청주 초정약수터 인근에 행궁까지 짓고 121일을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지만, 완쾌를 보지 못하고 환궁했다. 이후 전의초수가 더 세다는 보고에 이곳에 행궁을 짓고 머물며 치료를 하려 했으나 심한 가뭄으로 궁을 짓지 못했다. 대신 이곳의 초수를 일몰에 떠다 한양으로 밤새 날랐다. 세종시 제공

지난해 세종시 전의면 관정리 전의초수터에서 열린 '왕의 물 축제' 행사 사진. 전의초수를 한양의 궁궐까지 나르는 것을 재현했다. 세종은 청주 초정약수터 인근에 행궁까지 짓고 121일을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지만, 완쾌를 보지 못하고 환궁했다. 이후 전의초수가 더 세다는 보고에 이곳에 행궁을 짓고 머물며 치료를 하려 했으나 심한 가뭄으로 궁을 짓지 못했다. 대신 이곳의 초수를 일몰에 떠다 한양으로 밤새 날랐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 전의면 관정리에서 나는 ‘전의 초수’(椒水ㆍ후추 맛의 톡 쏘는 탄산 광천수)의 위상을 충북 청주 초정약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이 추진된다. 훈민정음 반포 전 세종대왕의 눈병을 실질적으로 고친 약수라는 역사 기록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16일 “전의초수의 역사적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약수를 보존, 성역화 및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전의초수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의초수는 현재 사유지에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약수터를 관리하는 땅 주인으로부터 물통을 구입해 약수를 담아올 수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개인의 약수 판매는 불법이기 때문”이라며 “시유지로 편입시킨 뒤 체계적으로 약수터를 관리해 더 많은 국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계획 중인 전의초수 역사공원 조성 조감도. 전의초수터 위치 등 역사적 의미가 확인되기 전에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계획 중인 전의초수 역사공원 조성 조감도. 전의초수터 위치 등 역사적 의미가 확인되기 전에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계획 중인 역사공원 규모는 1만1,275㎡ 수준이다. 이곳에 광장(4,126㎡), 교양시설(1,495㎡), 주차장(1,346㎡), 관리시설(409㎡) 등이 들어선다. 세종시는 전의초수 역사공원 조성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시의 움직임에 ‘왕의 물’ 축제를 주관하고 있는 전의면과 향토문화 선양위원회는 고무돼 있다. 홍성우 위원장은 “전의초수가 세종대왕의 눈병을 실제로 낫게 한, 초정초수보다 한 수 위의 약수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엔 이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전의초수가 세종대왕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의면에서 나는 전의초수를 활용한 '왕의 물 축제' 행사가 열리는 전의면 관정리 전의초수터. 이 약수터 뒤로 전의초수를 받아갈 수 있는 개인 매장이 있다. 정민승 기자

세종시 전의면에서 나는 전의초수를 활용한 '왕의 물 축제' 행사가 열리는 전의면 관정리 전의초수터. 이 약수터 뒤로 전의초수를 받아갈 수 있는 개인 매장이 있다. 정민승 기자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1444년 안질 치료를 위해 청주 내수읍 초정리에 행궁을 지어 치료했다. 그러나 121일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쾌를 보지 못하고 환궁했다. 이후 전의현에서 북쪽으로 7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초수의 약효가 세다는 보고를 받은 세종은 전의에 행궁을 짓고 치료하려 했지만, 심한 가뭄과 백성들의 고초를 생각해 포기했다.

홍 위원장은 “그렇지만 눈병 치료를 포기할 수 없어 초수터에 나쁜 성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후 전의와 평택 수원 등지에서 건장한 말 6필을 선발해, 1445년부터 1년 동안 매일 해 질 녘에 뜬 초수를 사기에 담아 한양 궁궐로 공급했고, 그 후 왕의 눈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없지만, 전의초수가 없었더라면 한글의 반포(1446년) 시기가 늦춰졌거나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단 이야기다.

세종시 전의초수 vs 청주시 초정약수

세종시 전의초수 vs 청주시 초정약수

전의초수 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하면 청주시와 세종시 사이에선 ‘왕의 초수’ 전쟁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개최하는 청주시는 2020년 165억 원을 들여 초정리에 초정행궁을 복원, 왕의 물 축제 규모를 매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대왕이 초정행궁에 머물며 치료한 기록은 그 기록대로 의미가 있고, 한양으로 ‘공수’돼 왕의 눈병을 낫게 한 전의초수는 또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전의 왕의 물’ 축제를 한글날을 즈음해 열리는 세종축제와 연계해 시 행사로 격상하는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의 왕의 물 축제’는 전의면장과 향토문화 선양위원장이 개최하고 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어가행렬. 세종과 왕비를 전국 공모를 통해 뽑고 행렬 앞뒤에 농악대를 배치하는 등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다. 청주시 제공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어가행렬. 세종과 왕비를 전국 공모를 통해 뽑고 행렬 앞뒤에 농악대를 배치하는 등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오는 20~22일 초정행궁 일원에서 제17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개최한다. ‘조정에서 초정으로’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에선 초정행궁 앞 도로를 전면 통제해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주무대를 초정문화공원에서 초정삼거리 앞으로 이전, 확대한다”며 “보행 안전을 확보하고 거리 콘텐츠를 늘려 관람객의 흥미와 참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초정리 입구에 설치된 초정약수 상징탑. 신하들이 안질을 앓고 있는 세종에게 약수를 바치는 모습을 담았다. 청주시 제공

초정리 입구에 설치된 초정약수 상징탑. 신하들이 안질을 앓고 있는 세종에게 약수를 바치는 모습을 담았다. 청주시 제공


정민승 기자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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