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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후폭풍

입력
2023.10.16 17: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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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타마르 벤 그비르(맨 왼쪽)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지배권 확대를 주장하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유대교도에게도 성전산에서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이타마르 벤 그비르(맨 왼쪽)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지배권 확대를 주장하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유대교도에게도 성전산에서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정초에 유대와 이슬람, 기독교의 공동 성지에서 벌어진 한 소동으로 세계가 들썩였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미국 백악관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 프랑스도 규탄 성명을 냈다.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1월 3일 “성전산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동예루살렘 성지의 알 아크사 사원을 기습 방문한 사태에 대해 중동과 서방의 반발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주일 뒤 예정된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취소해야만 했다.

□동예루살렘 올드시티 내 14만㎡ 규모의 성지에 대해 이스라엘은 성전산(Temple Mountain), 이슬람은 알 아크사로 부른다. 유대인들은 솔로몬왕이 성전을 짓고, 모세가 성궤를 성지 바위 밑에 뒀다고 믿는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이곳을 이슬람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꼽는다. 3차 중동전이 벌어진 1967년 이스라엘이 요르단 땅이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하면서도 성지 관할권만큼은 요르단 종교기관에 맞길 정도로 조심했다. 사원 내 기도는 이슬람에게만 허용하고 유대인은 서쪽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게끔 규칙이 만들어졌다. 벤 그비르가 “유대교도에게도 성지 내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으니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였던 셈이다.

□벤 그비르의 도발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세력이 규합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 구성 후 1주일도 되지 않아 일어났다. 벤 그비르는 시오니즘 정당 연합체 중 하나인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로 유대 신정국가를 꿈꾸고, 아랍계 차별 선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뇌물죄 기소로 12년 만에 자리를 내놓았던 네타냐후가 정권을 되찾기 위해 치안을 관장하는 요직까지 맡겼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잔인한 기습공격 배경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성전산 도발이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하마스가 알 아크사 홍수작전이라 이름 붙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 근원엔 극단과 야합한 네타냐후의 정권욕도 무시할 수 없다. 모사드 등 정보기관의 역량 저하와 개혁을 표방한 사법부 무력화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극단을 배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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