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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다한 지도자"... 중국, '시진핑 부친' 시중쉰도 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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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다한 지도자"... 중국, '시진핑 부친' 시중쉰도 우상화

입력
2023.10.16 16: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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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10년 맞아 관영 언론 "장엄한 투쟁의 삶"
문화대혁명 때 '숙청'... 시진핑 정권 들어 재평가
"시진핑 위상 맞게 부친 행적도 정당화" 분석

2013년 10월 발행된 시중쉰 전 중국 국무원 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시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으로, 중국에서 부총리급 지도자를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3년 10월 발행된 시중쉰 전 중국 국무원 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시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으로, 중국에서 부총리급 지도자를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언론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1913~2002) 전 국무원 부총리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조명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마오쩌둥 정권 시기에 중국을 이끌었던 주요 정치 지도자 반열에 시 전 부총리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다. 시 주석은 물론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한창 진행 중인 우상화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16일 홍콩명보와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산시성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중쉰이 태어난 지 딱 110년을 맞이한 전날 이를 기념하는 특집 기사들을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관영 매체인 산시일보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1면 기사에 "시중쉰 동지의 장엄한 삶은 혁명의 삶, 영광스러운 투쟁의 삶, 진심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한 삶이었다"며 "그가 보여 준 공산주의 정신은 배우고 계승할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시중쉰이 중국공산당에서 축출된 일화도 '바로잡아야 할 역사'라는 취지로 상세히 소개됐다. 산시일보는 "시중쉰은 문화대혁명(1966~1976) 당시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 늘 공산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견지했고 (박해를) 인내할 결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난팡일보도 시중쉰에 대해 "문화대혁명과 좌익의 잘못된 사상의 다양한 제약을 극복하도록 이끈 지도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앞서 황쿤밍 광둥성 당서기 역시 이달 초 당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위대한 공산주의 투사이자 뛰어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라고 시중쉰을 치켜세우며 그의 정신을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시중쉰(왼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생전 그의 아들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 트위터 캡처

시중쉰(왼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생전 그의 아들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 트위터 캡처

시중쉰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장, 국무원 부총리 등을 지낸 정치 엘리트였다. 그러나 1962년 마오쩌둥 당시 주석 측근의 모함을 받아 반동분자로 몰렸고, 정치적 숙청을 뜻하는 하방(下放·지식인의 사상 개조를 위해 농촌으로 보냄)길에 올랐다. 1978년에야 광둥성 당서기로 복귀한 시중쉰은 광둥성장 등을 맡아 광둥성 경제개발특구 사업을 주도하는 등 개혁·개방 정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시중쉰의 재평가는 아들 시 주석의 집권 이후 본격화됐다. 부총리급으로서는 드물게 2013년 '시중쉰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2005년 그의 고향 산시성 웨이난시 푸핑현에 비교적 소규모로 건립된 '시중쉰기념관'은 현재 축구장 50개 면적으로 확장된 상태다. 또 시중쉰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 TV시리즈도 꾸준히 제작·방송되고 있다.

최고 지도자의 부친까지 우상화 대상으로 삼는 건 중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마오쩌둥급 지도자 반열에 오르려는 시 주석의 위상에 맞게, 부친의 위상도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문화대혁명 때의 '숙청'과 관련, (명예회복을 위해) 시중쉰의 당시 행적을 정당화하는 작업도 병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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