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식 의원이 입수한 치안예측 보고서
대심도 특성상 사각지대 많아 범죄 우려
사건·사고 대피 어려워 다중 패닉 가능성
"범죄 위험도 예측·예방 설계 도입 필요"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시운전 차량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해결해 줄 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철도범죄가 급증해 특단의 치안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 40~70m 깊이 대심도에서 지하철의 3배 속도로 달리는 GTX 특성상, 안전사고나 범죄·테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스마트 철도치안 미래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관할 역사와 열차에서 발생하는 철도범죄는 2021년 2,60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GTX-A 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는 내년에는 철도범죄가 3,776건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①수도권 전동열차와 ②고속철도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GTX의 성격상, 다양한 범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TX는 △수도권 전동열차처럼 좌석과 입석이 뒤섞여 있고 △출퇴근 시간에 혼잡이 예상되는 동시에 △고속철도와 같이 정거장 간 간격은 넓고 대심도에서 최대 속도 180㎞, 평균 속도 100㎞의 속도로 달린다. 연구기관인 경찰대 산학협력단은 "GTX 환승역을 중심으로 혼잡도와 함께 치안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GTX 철도범죄는 수도권 전동열차에서 많이 발생하는 성범죄와 절도가 주를 이루면서도, 고속철도 특징상 횡령죄(유실물을 가져가는 범죄)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GTX가 지하 깊은 곳에서 운행하는 만큼 은폐 공간과 사각지대가 많아 강력범죄와 테러의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범죄나 테러 발생 시 지상으로의 대피가 쉽지 않고, 밀폐 공간에서의 집단 공포(패닉)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GTX 개통에 발맞춰 철도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TX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치안 인력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수사 전문 인력 확충, 보안검색 강화 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총정원 182명의 서울철도경찰대가 상주하는 역사는 9곳에 불과한데, GTX 3개 노선(A·B·C) 개통 시 서울철도경찰대 관할 역사는 총 316개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서울철도경찰대가 처리하는 사건의 비중은 66%에서 10년 후엔 7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경찰대 산학협력단은 "GTX 치안 수요를 담당할 조직을 점진적으로 확대·개편해야 한다"며 "범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범죄위험도 예측시스템(PRE-CAS)이나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파주시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화성시 동탄역까지 82.1㎞ 구간을 잇는 GTX-A 노선은 내년 4월 수서~동탄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하반기 운정~서울역 구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 구간 개통은 삼성역 정거장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8년이다. GTX-B(송도국제도시 인천대입구역~서울역~남양주 마석)와 GTX-C(양주시 덕적역~청량리~수원역)는 각각 2030년과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시운전 차량의 기관실 모습.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