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건축가, 건축·조경과 파빌리온 프로젝트 참여
29일까지 대구 수성구 일대서 프리 비엔날레 전시
낡은 노포와 주택이 밀집한 구도심 풍경을 확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뭘까. 답은 '랜드마크'다. 이목을 사로잡는 랜드마크가 주변의 낡은 건물을 연결하고 유동 인구를 끌어모아 낙후한 도시 풍경을 완전히 바꾸는 사례는 국내외에 차고 넘친다. 그 랜드마크가 도시의 공공 자산인 공공 건축물이라면 그 효과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터. 세계적인 도시를 이끄는 수장들이 하나같이 총괄 건축가와 공공 건축가 집단과 협력해 공공 랜드마크를 조성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대구 수성구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수성구청은 내년부터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를 초청해 지역 특색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공공 랜드마크를 짓는 국제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김대권 구청장 주도로 신창훈 수성구 총괄건축가가 수년간 준비한 프로젝트다. 국내에서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건축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구(區) 단위에서 국제 건축 행사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신창훈 수성구 총괄 건축가에 따르면 1년 앞으로 다가온 국제 비엔날레는 가상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일반 건축 비엔날레와 달리 실제 장소에서 구현된 현장 전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수성못이나 망월지, 금호강 등 주요 장소에 인공과 야생, 자연과 사물이 어우러지는 5개의 건축물과 4개의 파빌리온을 실제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페르난도 메니스(스페인), 이시가미 준야(일본), 매스스터디스(한국) 등 국내외 유명 건축·조경가들이 참여해 공공 건축물을 만든다.
지난 11일 개막한 프리비엔날레에서는 확 바뀔 도시 풍경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본행사의 '미리 보기'격인 전시에서는 수성구 공공 건축의 현재를 조망할 수 있다. 전시에 소개된 내관지 취수탑 프로젝트(조진만건축사사무소)는 오랜 시간 방치됐던 취수탑을 조망 장소로 재탄생시켰다.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였던 좁은 보행로를 새 산책길로 단장하는 작업의 일부로 조성됐는데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생각을 담는 길'이라는 테마를 입혀 주목받고 있다.
평범한 다가구 주택이 지역 문화 거점 시설로 탈바꿈한 사례도 소개됐다. 윤근주·믈라덴 야드리치(Mladen Jadric)·이주화 건축가가 설계한 들안마을 스튜디오는 원룸 건물의 1층 공간을 도서관, 빔프로젝터,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바꾸고 내부에 각종 문화 시설을 마련했다. 근처의 공원과 연결해 감각적이고 개방적 공유 공간으로 바꿔 놓은 프로젝트로 주민 호응도가 높다.
옛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건물은 정호승문학관으로 재탄생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와 산문집, 육필 원고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은 같은 모양의 창과 벽의 반복을 통해 시의 리듬을 형상화하고, 시인의 유년 시절 추억의 일부인 범어천 바닥의 흙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으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시집의 비율로 확대한 크기의 큰 창을 반복 배치해 자연을 바라보며 도시 속에서 외로움을 누릴 수 있게 한 것도 인상적이다.
김 구청장은 "지역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드는 차원에서 공공 건축에 주목한 결과 총괄 건축가와 함께 3년여 동안 50여 가지 건축 및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그 결실인 내년 비엔날레를 통해 수성구 전역에 랜드마크가 될 작품을 조성하고 유명 작품을 공공 자산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프리비엔날레 전시는 29일까지 두산동 '꿈꾸는 예술터'에서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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