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건희 계좌 이용됐다"면서도
김 여사의 범행 개입 여부 판단 안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항소심 첫 공판기일인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김건희 파일'(김건희 여사 이름이 적힌 거래 내역 엑셀 파일)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투자자문사 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계좌 주인으로서 김 여사의 범행 가담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블랙펄인베스트 이사 민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2년 넘게 시세 조종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시세 차익 실현에는 실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집행유예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민씨는 권 전 회장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1월 귀국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권 전 회장 등의 재판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공개하고 파일 작성 지시자로 민씨를 지목했으나, 민씨는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처음 보는 파일이고 모르는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해당 파일에는 시세조종 기간 중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가 정리돼 있었다.
이날 재판부는 민씨와 공범들이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 계좌 등을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또 다른 계좌로 이뤄진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합의를 했다거나,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게 한 점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역시 올해 2월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실패한 주가조작이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판결문에 김 여사와 최씨 실명을 60여 차례 적는 등 이들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는 점을 짚었으나, 계좌 활용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 가담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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