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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국가의 도적" 현수막 걸었던 중국 '브리지맨' 1년째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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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국가의 도적" 현수막 걸었던 중국 '브리지맨' 1년째 실종

입력
2023.10.12 18: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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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퉁차오 현수막 시위 1년
사법 처리 여부조차 파악 불가
가족들도 일상 전체 통제된 상태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의 고가도로인 쓰퉁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고 시위에 나섰던 펑리파. 중국 당국에 체포된 후 1년간 행방이 묘연하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의 고가도로인 쓰퉁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고 시위에 나섰던 펑리파. 중국 당국에 체포된 후 1년간 행방이 묘연하다. 트위터 캡처

중국 베이징 시내 고가도로 난간에 "국가의 도적 시진핑을 파면하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 세계의 주목을 받은 중국 남성 '브리지 맨(Bridge Man)'의 행방이 1년째 묘연하다. 사법 처리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의 가족들은 중국 당국의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인 쓰퉁차오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코로나19에 대한) 핵산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 대신 존엄을", "문화대혁명 말고 개혁을" 등 악명 높았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시위 자체가 드문 중국에서, 그것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석직 3연임 결정을 앞둔 20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 벌어진 반정부 시위라 파장이 컸다.

"가족들, 중국 정부 제공한 휴대폰만 사용"

지난해 10월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쓰퉁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인민 영수가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10월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쓰퉁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인민 영수가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캡처

외신들은 그가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탱크 부대를 맨몸으로 가로막았던 무명의 시민 '탱크맨'에 비견된다며 그에게 '브리지(다리) 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현장에서 공안에 체포돼 연행된 그는 펑리파라는 이름의 40대 남성으로 파악됐다.

펑리파의 행방을 꾸준히 추적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2일 "펑리파가 살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어떤 시설에 구금돼 있는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사법 처리 절차가 시작됐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변호사조차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족들도 억압받고 있다. 펑리파의 아내와 두 딸은 베이징에 사는데, 이들은 정부 요원의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통근과 등하교를 할 때도 당국이 지정한 차량만 탄다. 휴대폰도 당국이 준 것을 쓴다.

'쓰퉁차오 지우기'...브리지맨 사법 처리 비공개할 듯

지난해 10월 14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고가도로 쓰퉁차오의 모습(왼쪽 사진). 고가도로 난간에 '쓰퉁차오'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붉은 원)이 붙어 있다. 반면 올해 6월 3일 촬영한 쓰퉁차오(오른쪽 사진)에는 도로 표지판이 철거돼 눈에 띄지 않는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지난해 10월 14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고가도로 쓰퉁차오의 모습(왼쪽 사진). 고가도로 난간에 '쓰퉁차오'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붉은 원)이 붙어 있다. 반면 올해 6월 3일 촬영한 쓰퉁차오(오른쪽 사진)에는 도로 표지판이 철거돼 눈에 띄지 않는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펑리파 행방과 과거 행적을 캐기 위해 그의 고향을 방문하거나 주변을 탐문했던 인권 활동가들도 공안으로부터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등 제지를 당했다고 VOA는 전했다.

중국은 1년째 현수막 시위 자체를 '없던 일'로 취급하고 있다.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쓰퉁차오를 검색하면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뜬다. 현수막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중국인도 많다. 그가 '지워진 사람'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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