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고령자에 "전기 팔 수 있다" 접근
불합격에도 복구 약속 어기고 되레 소송
법률구조공단 "태양광 계약 때 신중해야"
시골마을 노인에게 접근해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전기를 팔아 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는 불합격 판정에도 공사비를 달라며 소송을 건 시공업체가 패소했다.
12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공단)에 따르면 경남 어촌에 사는 70대 중반 A씨는 2021년 4월, 방문 판매로 집에 온 태양광 발전설비 업체 B사 직원에게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료를 아끼고 남는 전기는 20년간 한전에 팔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직원은 “만약 발전설비가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공비용 전액을 환불해 주며 추가 비용 없이 원상복구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A씨는 공사대금 2,500만 원에 B사와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다. 보름 뒤 그의 집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달렸다.
그러나 A씨 집 옥상에 달린 태양광 발전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전에 전기를 팔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먹통 설비가 됐다.
A씨는 B사에 항의했지만, 약속대로 원상복구는커녕 보수공사도 받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한전을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한전 직원에게 “본인 스스로 전력수급 계약을 취소해놓고 왜 딴소리를 하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A씨는 B사에 재차 항의했으나, 오히려 B사는 “(전력수급 계약 취소) 서류는 당신이 제출한 것”이라며 “공사가 끝났으니 비용을 내놔야 한다”며 A씨를 상대로 법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 변호사를 통해 B사 직원이 당초 자신에게 말한 대로 ‘한전과 계약체결이 되지 않으면 환불과 함께 원상복구 한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찾아냈다. 또 한전에 제출된 전기 계약 취소신청서에 찍힌 도장이 A씨의 인감증명서와 전혀 다르고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립도장임을 발견했다.
서울동부지법 박정호 판사는 A씨의 항변을 받아 들여 B사의 공사대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박정호 판사는 “A씨가 확약서에 따라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시공거래 계약은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김기환 변호사는 “B사는 방문판매업 신고 없이 영업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며 “태양광 발전시설은 방문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농어촌에 거주하는 노인일수록 계약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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