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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차린 세계 식탁 풍경

입력
2023.10.1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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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마 가즈히로 '중국요리의 세계사'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요리가 화인에게서 한국인의 손에 넘어가면서 '짜장면'(사진)이 검어짐과 동시에 단맛이 강해지는 한국화가 이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요리가 화인에게서 한국인의 손에 넘어가면서 '짜장면'(사진)이 검어짐과 동시에 단맛이 강해지는 한국화가 이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뇨냐 요리와 하이난 치킨라이스, 포피아, 바쿠테, 베트남의 반미와 퍼, 태국의 팟타이, 한국의 짜장과 짬뽕, 잡채와 호떡, 미국의 촙수이와 차우멘, 포춘쿠키, 호주의 커리 락사, 페루의 로모 살타도와 치파, 일본의 라멘, 싯포쿠 요리와 후차 요리…

신간 '중국요리의 세계사'에 열거된 목차다. 얼핏 각 나라의 국민 음식 같지만 알고 보면 기원이 있는 중국요리들이다. 목록만 훑어봐도 중국요리가 중국 본토에서 세계 곳곳으로 얼마나 넓게 퍼져나갔는지 감이 온다. 중국요리가 세계의 식문화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요리는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게이오기주쿠 대학 문학부 교수인 이와마 가즈히로는 저서 '중국요리의 세계사'에서 말 그대로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요리를 다룬다.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중국요리가 끼친 영향,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중국요리와 화인(華人) 사회가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와 얽힌 궤적을 쫓아 중국요리가 각국 국민 음식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화인들은 전 세계 각국에서 현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가능한 한 고향의 맛에 가깝게 전통을 지키는가 하면 창의적 고안을 더하며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 광둥의 국수를 현지화한 베트남의 '퍼'(쌀국수), 중국의 '차퀘티아우'(볶음 쌀국수)를 바탕으로 한 태국의 '팟타이'(태국식 볶음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여정에서 저자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음식의 페이크로어(culinary fakelore)', 즉 음식에 관한 거짓된 전승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방대한 자료를 파헤치며 중국요리에 얽힌 기원과 설을 검증해 간다. 예컨대 '동파육'이라는 명칭은 명대에 북송의 시인 소식(소동파)을 숭배하는 문인 관료들이 이를 연회에 내던 것이 기원이었다는 사실을 적지 않은 분량의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중국 대표 요리인 베이징덕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에야 유명해졌고, 오리 요리는 원래 베이징이 아닌 명대 초기의 수도 난징의 명물이었다고 바로잡는다.

한국화한 중국 음식을 다룬 부분도 흥미롭게 읽힌다. 일제강점기 경성과 인천에서는 대형 중국요리점이 번창했는데, 이곳들은 조선 민족 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거점이었다. 또 짜장면이 검어지고 짬뽕이 매워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요리가 화교에서 한국인들의 손에 넘어가 한국화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호떡 관련 내용을 한반도 화교사 연구자인 이정희 인천대 교수가 사회사적 관점에서 정리한 '호떡의 사회사'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요리의 세계사·이와마 가즈히로 지음·최연희 정이찬 옮김·따비 발행·816쪽·4만8,000원

중국요리의 세계사·이와마 가즈히로 지음·최연희 정이찬 옮김·따비 발행·816쪽·4만8,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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