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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누리양 수색하다 부상 입은 119 구조견.. 소방은 헌신짝 버리듯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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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누리양 수색하다 부상 입은 119 구조견.. 소방은 헌신짝 버리듯 외면했다

입력
2023.10.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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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은퇴한 소방 구조견 '세빈이'가 구조 활동 훈련 중이다.(왼쪽) 세빈이는 은퇴 이후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지난 2020년 은퇴한 소방 구조견 '세빈이'가 구조 활동 훈련 중이다.(왼쪽) 세빈이는 은퇴 이후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지난 2019년 7월, 국민들은 한 어린이의 실종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충북 청주시 무심천에서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다 인근 야산을 오르던 조은누리(당시 14세∙지적장애 2급) 양은 '더 못 올라가겠다'며 물놀이 자리로 홀로 하산하다 실종됐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방과 군 병력 등의 협조를 받아 인근 지역 수색에 나섰다. 언론이 실시간으로 조양 수색 상황을 전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조양은 실종 10일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양을 구한 것은 7년차 군견 '달관이'였다. 영웅 대접을 받으며 찬사를 받은 달관이는 3년 뒤인 2022년 12월 10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달관이는 동료 장병들의 박수를 받으며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뒤 소속 부대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119 구조견 '세빈이'는 조양 수색 당시 달관이와 함께 수색작업에 나선 구조견이다. 세빈이 역시 은퇴 후 경기 화성시의 한 가정에 입양돼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빈이는 신장 기능을 모두 상실한 채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조양 수색 도중 당한 사고로 입은 부상 탓이다.

함께 수색작업에 참여했지만, 180도 다른 견생을 살고 있는 달관이와 세빈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세빈이의 의료기록을 살펴본 보호자 A씨는 "이렇게 혹사당하다 헌신짝처럼 버려졌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그는 세빈이를 출동시켰던 소방까지도 은퇴 뒤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동그람이는, 이번만큼은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가 다친 세빈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지난 2019년 8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구조견 '세빈이'의 모습.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지난 2019년 8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구조견 '세빈이'의 모습.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해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당시 의료기록에 따르면 세빈이의 상태는 매우 위독했다. 세빈이는 조양 수색 도중 뱀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청주의 한 동물병원에 입원했다. 여기서 치료를 받던 세빈이는 소속 지역인 대구의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혈액투석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대구 지역 내 2차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세빈이는 8월 2일, 3차 동물의료 기관인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전원돼 투석치료를 받았다. 의료기록에 남은 영수증에 따르면 세빈이의 치료 비용은 1,000만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투석치료 불과 2주 만인 8월 20일, 서울대 동물병원 담당 수의사는 세빈이가 출동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소견서에 “피하수액, 처방식 등을 통해 만성 신부전은 잘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과 같은 처치를 받으며 구조견 활동을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이 소견서가 작성된 지 9일만인 8월 29일, 세빈이는 구조견 활동을 재개했고, 이후 10월 9일까지 대구∙경북 지역뿐 아니라 충북, 전북,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15차례 출동했다.

국제 구조견 기구 “관절 질환은 은퇴 사유”..
국내 전문가도 신부전 안고 구조 활동에 물음표

세빈이는 당시 출동이 가능한 몸 상태였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빈이가 신부전 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도 안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뱀에 물리기 1년 전인 2018년, 세빈이는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인한 좌측 고관절 아탈구(불완전 탈구) 4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세빈이의 건강검진을 진행한 수의사는 “좌측 고관절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진단 이후, 세빈이는 내복약을 처방 받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그러나 이 약물 복용은 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 중단됐다. 약물이 악화된 신장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현역 시절 세빈이가 활동하던 모습. 인명구조견은 험한 지형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가 최상의 상태여야만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현역 시절 세빈이가 활동하던 모습. 인명구조견은 험한 지형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가 최상의 상태여야만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동그람이는 국제 인명구조견협회(International Search and Rescue Dogs Organisation∙IRO)에 세빈이의 의료기록을 설명한 뒤, 구조견으로 활동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중앙119구조본부도 협력기관으로 등재돼 있는 IRO는 인명구조견 인증, 훈련, 교육을 제공하는 국제 비영리단체다. IRO 선임 수의사 알렉산더 회넬(Alexander Hönel) 박사는 “동작에 지장에 있는 관절 질병은 은퇴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넬 박사는 “인명구조견은 최고의 몸 상태여야 더위나 험지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관절, 척추, 심혈관계 질병은 임무 배제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IRO 홈페이지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재된 한국 중앙119구조본부. IRO 홈페이지 캡처

IRO 홈페이지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재된 한국 중앙119구조본부. IRO 홈페이지 캡처

국내 임상 수의사들도 세빈이의 출동 기록과 의료기록을 대조해 봤을 때, ‘2019년 사고 이후의 출동은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그람이에 자문한 B 수의사는 “(세빈이는) 신장과 고관절 사이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며 “험지에서 고강도의 임무를 수행할 상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C 수의사는 “신부전을 앓는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분 섭취인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적절하게 수분이 공급됐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빈이의 출동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당시의 의료기록으로도 확인된다. 2019년 10월 9일 출동 7일만인 10월 16일, 세빈이는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다. 세빈이를 진단한 수의사는 소견서에 “지속적인 관리를 하면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구조견으로서는) 은퇴를 고려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소방은 이 소견서를 받은 뒤인 11월 14일에도 세빈이를 출동시키고 나서야 은퇴를 결정했다.

구조견 세빈이가 현역 시절인 2019년 9월 대구 달성군의 한 야산에서 수색 중인 모습. 당시는 세빈이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지 불과 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구조견 세빈이가 현역 시절인 2019년 9월 대구 달성군의 한 야산에서 수색 중인 모습. 당시는 세빈이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지 불과 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3년째 지적받아도 여전히 소방 전임 수의사는 ‘0명’

세빈이에게 가혹한 출동이 계속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건강검진 횟수보다 건강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빈이는 병원을 4차례 옮기며 의료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만일 고관절과 신장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동 가능 여부를 결정할 전임 수의사가 있었다면 이같은 혹사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소방은 전임 수의사를 두고 있지 않다. 이해식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 구조견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은 현재 8명이다. 이 중 사육관리사가 1명, 훈련사가 7명이 전부다. 이 의원은 “소방 구조견의 전임 수의사 부재 문제는 2020년 국정감사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인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국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역 탐지견,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 등은 수의사가 배치돼 있는데 소방에는 전임 수의사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빈이는 은퇴한 뒤 신부전이 악화돼 피하수액을 상시 놓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보호자 A씨는 차량에서도 피하수액을 주입하도록 상시 준비하고 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세빈이는 은퇴한 뒤 신부전이 악화돼 피하수액을 상시 놓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보호자 A씨는 차량에서도 피하수액을 주입하도록 상시 준비하고 있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2020년 은퇴한 뒤 반려견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만성 신부전은 가정에서도 세빈이를 괴롭혔다. 입양자 A씨는 동그람이에 “세빈이가 신부전이 있다는 이야기는 입양 전에 들었지만, 입양 당시 소방은 ‘별도의 관리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설명과는 달리 세빈이는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피하수액을 주입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세빈이는 혹사로 몸이 망가졌지만, 그 몸을 책임지는 사람은 뒤늦게 보호자가 된 A씨뿐이다. 그는 동그람이에 세빈이의 의료비 청구서 일부를 보여줬다. 청구서에 따르면 세빈이는 복수를 제거하는 처치를 받았고, 주사 처치를 받은 뒤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이렇게 하루에 지출하는 의료비만 약 30만원. 그는 “최근 들어 일주일에 세 번씩 동물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주일 사이 100만원 안팎의 치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끝까지는 다 해보고 싶었다”며 “소방의 지원은 한 푼도 없었지만, 홀로 치료비를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A씨는 소방의 무심한 태도가 더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소방은 세빈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방은 가정에 입양된 은퇴 구조견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는 국회 질의에 “동물의 생사 여부, 입양자 주소지 변경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보호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대해 “최근 소방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세빈이와 함께 생활하던 구조견 '소백이' 역시 A씨가 입양했다. 소백이는 지난 1월 입양 13일만에 림프종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세빈이와 함께 생활하던 구조견 '소백이' 역시 A씨가 입양했다. 소백이는 지난 1월 입양 13일만에 림프종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세빈이 보호자 A씨 제공

구조에 성공한 개가 관심을 독차지하는 사이, 부상을 입은 세빈이가 뒷전에 놓인 상황. 이 의원은 “소방 구조견의 활약과 역할은 점점 커지는데 그에 맞는 관리체계가 부재해 구조견들이 혹사당하고 은퇴 뒤에도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도 전국 현장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고 있을 구조견을 위해 전임 수의사를 배치하고 은퇴 구조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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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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