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수자원공사 부실사업·투자 2조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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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연합뉴스
지난해 공기업 부채가 508조 원에 달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배경으로 정부의 편향된 정책, 기관의 관리 부실, 도덕적 해이가 두루 영향을 끼쳤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문재인 정부 당시 요금 원가주의를 무시한 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막은 결과가 40조 원 이상의 적자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10일 감사원이 한전·한국토지주택공사(LH)·산업통상자원부 등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범죄혐의자 18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요청했고, 위법·부당행위를 저지른 21명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각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산단 후보지 미리 발표해 5,300억 손해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악화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각 기관에 있다. 중앙정부 부처와 각 기관의 잘못된 판단과 부실한 사업관리로 인해 낭비된 예산만 약 2조 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공익사업의 토지보상비 산정 기준시점인 주민공람·공고 전에 산업단지 후보지를 미리 언론에 발표하면서 지가 상승을 유발했다. 감사원이 2008년 이후 시행된 12개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점검한 결과, 토지 보상이 완료된 9개 사업의 토지보상비는 언론 발표 시점에 1조7,590억 원에서 공고 시점에 2조2,934억 원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인 지가 상승률이 9%인 데 비해 사업 후보지는 30.4%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총 5,294억 원의 보상비가 불필요하게 증가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LH는 주택 수요부족으로 2015년 청산키로 했던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3년 뒤 무리하게 재추진한 결과, 최대 4,346억 원의 사업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성이 떨어지는 행복주택사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 등 83개 사업지구의 규모를 재조정하지 않고 추진해 2,257억 원의 초과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발전 공기업들의 경우 불법·편법 사례도 있었다. 남동발전은 2021년 연료를 석탄에서 목재팰릿으로 전환하는 설비를 도입하면서 성능 미달 사실을 알면서도 부당하게 납품받아 71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서부발전은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470억 원 규모의 설계·공사를 무자격 업체에 발주하고, 주주업체와 공모해 특수목적법인(SPC) 자금 8억여 원을 무단 유출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원가연계 무시한 정부… 한전·가스공사 요금 못 올려 40조 적자
감사원은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주범으로 문 정부의 무리한 요금 동결을 꼽았다. 당시 산업부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의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유보 의견을 내면서 2021년 2·3분기, 이듬해 1·2분기 등 총 12개월간 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른 한전의 적자액이 32조7,000억 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액은 8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도 여전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감독하는 산업부 공무원 2명은 2019~2022년 공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의 법인카드로 총 897회에 걸쳐 3,827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파견 직원에게 출퇴근 픽업, 차량 대여, 음식물 배달, 자녀 도시락 준비 등 허드렛일까지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 직원들에 대해 파면과 정직을 요구했으며, 수뢰 및 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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